국민연금, 산업銀 주인될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3.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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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에 대한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 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국민연금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이 트인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08년 업무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기금을 금융자본으로 간주해 금융당국의 승인없이도 시중은행의 지분과 의결권을 모두 10%까지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까지 받으면 해당 은행과 지분과 의결권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국민연금처럼 비금융회사에 투자한 금액이 2조원을 넘는 곳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현재는 국민연금도 산업자본으로 간주돼 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가질 수 있다. 지분 4%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도 마찬가지다.

연기금에 대한 은행지분 보유규제가 대폭 풀릴 경우 첫번째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은 산업은행이다. 금융위는 올해 중 산업은행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자연스레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매각은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을 합병해 산은 금융지주를 만든 뒤 지분 49%를 우선 매각해 그 자금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한국투자펀드(KIF)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산업은행의 총 매각가치를 60조원, 지분 49%의 매각가치를 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은행지분 보유규제 완화방안이 나오면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에도 우리금융의 지분을 최대 20%까지 인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에 전달한 바 있지만 금산분리 규정 때문에 무산됐다. 국민연금이 올해 은행 인수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산업은행을 인수할 경우 민영화라는 허울 아래 실제론 산업은행이 정부의 '왼쪽 호주머니'(국고)에서 '오른쪽 호주머니'(국민연금)로 옮겨질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상장사들과 달리 비상장 상태인 산업은행을 인수할 경우 인수금액의 적정성을 놓고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임원은 "대부분의 국민이 수혜자인 국민연금 입장에서 수조원을 투자하면서 '싸게 샀네, 비싸게 샀네' 이런 비판을 쉽게 버텨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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