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차이나 시총 세계 1위 내주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홍혜영 기자 2008.03.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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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토막 넘게 폭락..고물가+정부통제 악재 봇물

페트로차이나의 주가가 중국 증시의 거듭된 폭락으로 반토막이상나며 지난해 11월5일 상장과
더불어 거머줬던 '시가총액 세계 1위'의 타이틀도 4개월 보름만에 내줬다. 사실상 시가총액 1위의 영예는 다시 엑슨 모빌에게 돌아갔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는 상하이증시에서 전날 19.83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당일 종가 43.96위안 대비 54.9% 하락했다.



반면 엑슨 모빌 주가는 페트로차이나가 상장되던 당시 87.66달러에서 전날 85.95달러로 2.0% 밀리는데 그쳤다.

페트로차이나가 상장된 이후 시가총액이 54.9% 감소한 반면 엑슨 모빌 시가총액은 같은기간 2% 밖에 줄지 않았다는 의미다.



상장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한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은 1조800억달러로, 그때까지 시가총액 1위를 고수하던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슨 모빌의 4880억달러를 가볍게 넘어섰다. 2배가 넘는 시가총액이었다. 3위는 미국의 GE로 3650억달러 정도였다.

단순 계산하면 페트로차이나 시가총액은 전날 4870억달러, 엑슨 모빌은 4782억달러로, 차이가 없어졌다.

페트로차이나는 25일 장중에도 4% 가까이 하락한 19.07달러에 거래되며 연이어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상장일 종가 대비 56.6%의 하락률이다. 시가총액은 4687억달러로 줄어들었고 급기야 1위 자리를 엑슨 모빌에게 넘겨주었다.


페트로차이나의 출발은 화려했다. 세계 최대 인구를 지닌 중국의 고성장 수혜주로 부각되며 페트로차이나의 상장은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40억주, 668억위안(8억달러) 공모에만 3조3000억위안(4400억달러 상당)의 글로벌 자금이 몰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장 첫날 주가는 163% 올랐다.

그러나 상장 첫날 고가(48.62위안)가 지금까지의 최고가였다. 이후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까지 버블을 경고하며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페트로차이나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진 계기였다.



급기야 중국 경제의 고성장 대신 '고물가'가 부각되고 50년래 폭설에다 최근 티베트 독립운동 사태까지 가세하자 중국을 상징하는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지지선 없는 급락세를 지속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통제하면서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치명타를 입었다.

반토막 난 페트로차이나를 '이제 사야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버블이 일부 해소돼 그만큼 가격 매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본토 대형주에 대한 손절매 물량까지 쇄도하고 있어 의미있는 반전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을 반영하기 마련이라는 판단이다. 페트로차이나의 순이익은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엑슨 모빌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한편 상장과 함께 페트로차이나가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이를 인정할 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당시 다수의 외신들은 중국 국영기업들의 독특한 주식 분포, 중국 증시가 갖는 특성 때문에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실질적인 세계 1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논평을 실었다.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상하이증시에 상장하며 매각한 주식은 전체 지분의 2.2%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중국 국내투자자들만 매매할 수 있다.

당시 본토인들의 뜨거운 주식 투자 열기를 바탕으로 페트로차이나는 이상 급등을 보였다. 이때 홍콩증시에 상장된 페트로차이나 주식은 18홍콩달러(2.32달러)로,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페트로차이나는 미국에 예탁증서(DR)를 상장하고 있는데 이 가격은 홍콩증시와 거의 같게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유통주식수만을 적용하면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은 725억달러 정도라고 비꼬기도 했다. 상하이증시의 페트로차이나는 당시 50배의 주가수익비율(PER)에 거래된 반면 엑슨모빌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은 20배가 안되는 수준이었다.

버블의 붕괴와 함께 페트로차이나 역시 주저앉고 만 것이다. 6000을 넘던 상하이증시는 3500선까지 밀려났다. 버블을 이용한 버핏은 지금 조용하게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버블을 무시한 투자자들은 언제 회복될 지 모르는 손실을 보며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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