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금산분리 완화 신중해야"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3.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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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이 세계적인 금융사 소유 사례 없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에 금융연구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경제구조의 변화와 금융부문의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충분한 사전검토와 감독대책을 수립한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금산분리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주주로서의 산업자본이 위기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위험을 전가하고 이것이 국민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 지배하에 있던 제2금융권에 회사채 발행 등 대기업 여신 심사를 맡긴 바람에 공적자금이 배가 됐다는 연구결과를 명심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은행부문에서 금융과 산업의 분리는 소유상한 규제를 통한 사전적 규제와 금융감독의 엄격한 적용을 통한 사후적 규제로 나뉜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어떤 규제방식을 택하던 산업자본이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예가 거의 없다"며 "이는 사후적 규제도 엄격한 감독을 통해 소유를 통한 사적이득의 편취기회를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사전적 소유제한 방식을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소유권 이전에 대한 적정성 평가와 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 관계자에 대한 특혜방지 등에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역적 위험분산 정도가 낮아 국내 경제 위험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밝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부문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회사가 국내에 보유한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외국의 경우 10%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리는 20%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선진 금융회사들은 해외 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국내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크지 않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해외진출이 미미해 국내 경제 상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국내 경제에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해외자산 비중을 단기간에 선진국 금융회사와 같이 확대할 수도 없다. 보고서는 금융 부문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국내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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