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뜬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4.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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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투자대비 효과 큰 '리모델링'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미성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최형기 씨는 요즘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집값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씨 소유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824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되면서 가격 상승의 효과를 맛봤다. 최씨의 107㎡ 아파트의 10월 초 가격은 3억3500만원. 3월20일 현재 이 아파트는 4억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반면 주변 아파트 가격의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부동산뱅크의 시세자료에 따르면 인근지역 동아3차아파트 105㎡는 지난해 11월 5억1000만원에서 올해 3월 5억500만원으로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대림e-편한세상 7차 105㎡의 경우도 5억8000만원대에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씨의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리모델링 효과다. 이 아파트의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은 3.3㎡당 300만원 선. 1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비용이 들지만 가격 상승폭에 주거환경이 크게 나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괜찮은 장사다. 물론 리모델링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단지의 리모델링 최종 사업자 선정은 3월 말로 결정돼 있는 상태다. 현재 이 단지의 아파트는 49㎡, 72㎡, 86㎡, 107㎡로 중소형에 속하지만 리모델링이 끝나면 각각 74㎡, 95㎡, 119㎡, 143㎡의 중대형 아파트로 바뀌게 된다.

대단지 아파트의 주거여건이 개선될 경우 주변 시세를 따라가는 아파트 시세의 특성을 감안할 때 리모델링 후 이 아파트의 가격은 주변 비슷한 면적(143㎡)의 아파트 가격대인 7억~8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의 견해다.

◆구조변경이 가격 상승에 큰 역할


이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는 구조변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ㄱ'자형의 꺾인 부위를 분리시켜 불리한 구조를 개선하는 'ㅡ'자형 구조방안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리모델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꺾인 부위를 여유가 있는 동의 옆으로 붙여 개방감과 쾌적성을 향상시켰다.

김성주 두산건설 리모델링팀 차장은 “리모델링 사업에서의 난관은 바로 ‘ㄱ’자 형태 아파트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미성아파트의 경우 일부 동 옆에 여유대지가 있어 분리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차공간의 개선도 이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기존 주차대수는 가구당 0.3대에 불과하지만 리모델링 이후에는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이 외에도 1650㎡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을 신설함으로써 입주자의 편의 향상을 증진하는 한편 진도 7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기법을 적용해 안정성도 확보했다.

또한 새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리모델링으로 재건축 수요가 움직이는 것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 계획이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잠시 주춤하던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받고 있다”며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 분양분에 대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됨에 따라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아파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투자비 대비 높은 수익률 매력

리모델링은 기존기설물의 기본골조를 유지하면서 증ㆍ개축 및 대수선하는 것이며 재건축은 노후되고 불량한 건축물을 다 헐고 새로운 주택을 짓는 것을 말한다.

리모델링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30%의 증축이 가능하고 지하주차장 설치가 가능해지는 등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메리트가 크다. 또 개발부담금 및 초과이익환수가 없어 재건축에 비해서 공사비용이 적게 들고 투자비용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재건축에 비해 공사기간도 짧아 수익 발생시점이 빠르고 자금의 유동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정부는 이미 주택법 개정을 통해 해당 공동주택의 연한이 15년 이상인 경우 리모델링을 허용한 바 있다.

3월20일 국토해양부는 그간 주택법과 달라 혼란을 주었던 건축법상 리모델링의 연한을 20년에서 15년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5월 중순 이후에는 15년에서 20년 사이의 공동주택도 건폐율이나 용적률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의 사업진행 속도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지지부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뜬다


하지만 리모델링 추진도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아파트나 주상복합의 리모델링 추진은 조합원 동의 조건인 3분의2 이상을 갖춰야 조합설립이 가능하며 리모델링 시행 기준인 행위허가에는 5분의4 이상의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많은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단지는 이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입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리모델링은 배치나 평면에서 제한을 받는다. 기본적인 구조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앞뒤 공간을 터서 증축함으로 인해 평면이 앞뒤로 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시공실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공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증축이나 주차장을 증설하고자 할 때 시공상의 제약이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리모델링 완공 후에도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에는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 반면 리모델링 아파트는 기본 골조는 남겨놓고 증ㆍ개축을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새 아파트보다 편의성 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건폐율이 높거나 건물이 'ㄷ‘자 배치형이라면 증축 후 동간 거리가 가까워져 일조권을 방해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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