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은 위기이자 기회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2008.04.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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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칼럼]

2006년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서브프라임(sub-prime)'이란 말이 이젠 귀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아마 지금은 초등학생도 '서브프라임'이란 말을 설명은 하기 어려워도 좋지 않은 경제용어라는 정도는 알 정도가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자라난 이 괴물은 지금 고질라처럼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온 세계를 헤집고 있다. 한 마리를 잡았나 싶으면 마치 알에서 부화되어 나오는 새끼들처럼 다른 놈이 나타나 증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붙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 놈이 맹위를 떨치지 못하는 나라가 몇 있으니 원자재 생산이 경제의 주를 이루는 나라들이다. 브라질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작년 11월 이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중에도 약간의 하락만 보였거나 곧 바로 신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경제국의 원자재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후 미국의 초고속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로 투기자금이 원자재 쪽으로 몰리면서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하반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달러 약세와 금융불안으로 인해 외환시장과 증시를 떠난 자금이 몰려 상승한 부분은 분명 조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정을 겪은 후 원자재 가격은 다시 제 추세를 되찾을 것이다. 미국경제는 2007년까지와 같은 연 3%대의 경제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부진하기는 하지만 올 하반기 이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이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증시와 외환시장에서의 자금 이동이 있기 전에도 원자재 가격이 2003년 이후 상승 사이클을 그려 왔다는 점을 상기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투기자금 이동에 따른 급등 분을 감안하더라도 원자재 가격은 2008년 초에도 상승 흐름을 보일 수 밖에 없으며 미국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작금에도 그럴진대 회복되는 하반기 이후엔 가격 상승이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강력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부각시키겠지만 자산 투자 측면에서 보자면 중요한 투자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종결되고 미국경기가 바닥을 지나는 무렵까지는 불확실성이 증시를 지배하겠지만 차차 걷힐 것이며 원자재 가격은 그 사이 연초에 지나치게 올랐던 상승분은 일정 부분 조정을 거친 다음 다시 제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아마 이때가 원자재 투자의 호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도 올해는 지난 몇 년간보다는 덜 하겠지만 원자재 투자에 관한 한 기회가 제공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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