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富의 상징 '럭셔리 빌리지'

모스크바(러시아)=최석환, 김병곤 기자 2008.03.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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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기업]<14-2> '오일머니'로 큰 신흥부자 4대 명품소비 대국 이끌어

↑ 모스크바 서쪽에 있는 명품쇼핑관 '럭셔리 빌리지' 입구.↑ 모스크바 서쪽에 있는 명품쇼핑관 '럭셔리 빌리지' 입구.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8년 세계 억만장자'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보면 전세계의 억만장자는 1125명. 이중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갑부들이 74명이었다.

전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돈과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뉴욕보다 3명 더 앞서며 모스크바는 전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로 떠올랐다. 러시아 '오일 머니'의 위력이다. 러시아의 전체 억만장자 숫자도 2002년 7명에서 87명으로 급증하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러시아의 최고 갑부는 알루미늄 재벌 루살의 대주주인 올레그 데리파스카(40)이다. 그는 석유회사 시브네프티 전 회장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1)를 제치고 러시아 최고 갑부의 자리에 등극했다. 이번 포브스 발표에서 그는 세계에서 9번째로 돈이 많은 사람으로 선정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모스크바 시내에서 서쪽으로 1시간 가량 달리다 보면 러시아 갑부들이 모여사는 부촌 루블레스카(Rublevka)가 나온다. 빽빽한 자작나무 숲 사이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급주택들이 즐비한 곳이다. 땅덩어리가 넓어서인지 규모는 우리나라의 성북동이나 청담동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적한 별장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모스크바 크렘린 궁 근처 고급백화점 '굼' 내부.↑ 모스크바 크렘린 궁 근처 고급백화점 '굼' 내부.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과 고급 자동차 등을 쇼핑할 수 있는 '럭셔리 빌리지'도 있다. '럭셔리 빌리지'에는 구찌와 프라다, 돌체 앤 가바나 등의 명품은 물론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명차 브랜드의 간판이 달린 황갈색 단층건물에 끝없이 이어져있다. 한 마디로 '러시아 부(富)의 상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백만장자들은 이 같은 명품관을 드나들며 러시아를 세계 4대 명품 소비대국으로 끌어 올렸다. '럭셔리 빌리지'는 3년 전에 공사를 시작해 현재 매장들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한쪽에선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입점하려는 명품업체들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

'럭셔리 빌리지'는 아무나 들어가 쇼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엄청난 가입비를 지불해야만 명품관에 입장해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백만장자들의 회원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셈. 정부의 고위관료나 재벌 등도 물건을 사러 오기 때문에 명품관 입구 도로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뤄진다. '럭셔리 빌리지'에 한 사람이 가입하면 가족 전체가 이용할 수 있지만 회원이라고 해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현지 기업의 한 관계자는 "푸틴 전 대통령의 집도 있고, 주요 고위관료들도 살기 때문에 경비가 삼엄하다"며 "곳곳에 경찰이 눈에 띤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길을 막아선 경찰들 때문에 구경도 못하고 돌아선 적도 있다"며 "'럭셔리 빌리지'는 1990년대 이후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태어난 '노브이 루스키(러시아 신흥갑부)'들의 은밀한 명품 소비 문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탈린 시대부터 예술가나 지식인 등이 숲을 낀 작은 동네로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부촌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 지역의 집들은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대개 5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인 집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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