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금(金)요일은 무엇입니까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8.03.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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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4주 연속 금요일 지수 하락…월화수목금금금 신드롬

금요일의 의미가 특별해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주말에 묻어가는 그저 그런 일주일 중 하루에서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선진화 원년을 천명한 이명박 정부 출범 등으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금요일이 되어 가고 있는 것.

3월 들어 첫번째 금요일인 7일 코스피 지수는 30포인트(2%) 이상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후 이어지는 4주 연속 금요일 하락이다. 설날 연휴 중 하루였던 2월8일 금요일은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미국 증시의 하락 여파 등을 감안하면 하락의 가능성이 매우 컸다. 실제로 설 연휴 후 첫개장일인 11일 코스피는 3.29%(55.9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불길한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 현상에 대해서 증권업계에서는 주식투자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만큼 휴일을 전후로한 월요일과 금요일 거래에서 악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 심화로 미국 현지의 금요일 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보수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

김정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요일과 주식시장과의 관계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대체로 금요일에 주가가 많이 빠지는 특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모르는 것'"이라며 "휴일을 앞둔 투자자들이 '기대감'보다는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면서 주식을 처분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증시의 또다른 주체인 기업들에게도 금요일은 특별(?)하다. 특히 요즘 같은 주주총회 시즌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주총은 주주들에게 회사가 발가벗는 자리라 할 수 있는 만큼 뭔가 감추고 싶을 때는 시끄러운 주총을 회피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곳은 삼성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삼성중공업 관련 태안 기름 유출, 특검의 활동, 최근의 떡값 검사 시비 등으로 바람잘날 없는 삼성은 주요 계열사의 주주총회일을 오는 28일(금요일)로 잡았다.

또 다른 기업이라도 3월 둘째, 셋째주 금요일 주총을 선호한다. 감사보고서 작성에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월 중순 전후가 주총 날짜로 선호되는데다 금요일은 곧바로 주말로 이어져 언론 등의 관심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점 아닌 이점도 있다. 총회꾼과 삼성의 위법시비(주주이익 훼손) 등에 대해 따질 것을 벼르고 있는 시민단체 등이 여러 곳에 동시에 참석할 수는 없다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함축됐던 사건들도 금요일에 일어났거나 조정된 경우가 많다. 지금은 불발탄이 됐지만 대선 전까지 메가톤급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BBK의 핵심 김경준씨의 귀국도 지난해 11월 16일 금요일 이뤄졌다. 루머에서 시작된 신드롬으로까지 비화된 나훈아 소동의 당사자 가수 나훈아씨도 지난 1월25일 금요일 해명 기자회견을 자청해 폭포수 같은 말을 한시간여 쏟아냈다.

공무원과 유관 기관 등에세도 금요일의 변화가 뚜렷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시작된 '월화수목금금금'(토, 일요일 등 휴일없이 일하는 근무에 나선 것을 빗댄 말)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화될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 '일하는 정부'에다 실용의 바람이 덧붙여지면서 주5일 근무는 언감생심, 주6일은 필수, 주7일도 선택적 필수사항이 됐다. 30여년간 오전 5시에 일어나는 4시간 수면이 습관화됐다는 이 대통령의 영향인지, '얼리 버드 증후군'(기상시간이 당겨지면서 온종일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뜻)까지 덧붙여졌다. 부처 기관장들은 너도나도 오전 9 ~ 10시 회의를 오전 7 ~ 8시로 앞당기고 있다.



IT, 보안업계에서도 금요일은 의미가 있다.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Friday 13th virus)가 대표적으로 이것은 평소에 실행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감염시키기만 하다가, 13일의 금요일(올해 13일의 금요일은 6월13일이 유일하다)이 되면 실행되는 프로그램들을 모두 지워버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금요일은 13일과 겹쳐서긴 하지만 남다른 주목을 받는다. `13일의 금요일'의 유례는 다음과 같다. 기독교 문명권에서는 '13'을 예수가 로마군에 붙잡혀 가기 전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12제자와 예수를 합친 숫자와 일치하기 때문에 불길한 수로 여긴다. 특히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날이 금요일이므로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함의 대명사가 된 것. 공포영화 '13일의 금요일'과 컴퓨터 바이러스 명칭도 이 같은 사실에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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