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정말 재미없는 시장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3.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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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동된 지지부진한 흐름…中변수될까

"요즘 정말 재미없으시죠?"

얼마전 오랜만에 식사를 함께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그는 이같은 인사말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면 기사거리라도 많을텐데 요즘은 미국장과 연동하면서 밋밋한 흐름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머 크게 오르거나 빠진다고 재미있는 건 아닙니다...'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았지만 참았다. 사실 생각해보니 더 재미가 없긴 없는 것도 같았다.



미국증시와 연동해 개장과 동시와 갭상승 혹은 갭하락 출발한 후 이후부터는 프로그램이 좌우하는 시장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중에는 선물시장에서 그나마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투자하는 외인의 매매패턴이나 종일 들여다보고 있어야한다. 외인매매에 따른 베이시스 변화, 차익물량 출회라는 단순한 패턴이 장중 시황의 가장 큰 변수라면 변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도 아쉬울 정도로 몸통인 현물시장은 무기력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말 뉴욕증시가 높은 2%대의 큰 낙폭을 보였다. 경기지표 악화, 금융권 불안이라는 해묵은 악재에 주요 기업들의 실적부진이라는 신선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반등하던 증시는 바닥으로 회귀했다.



하락률은 다우지수가 2.51%, S&P500지수가 2.71%, 나스닥지수가 2.58%. 개인소비와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도지표는 예상치를 웃돌긴 했지만 침체에 대한 우려를 '확인'시켜주는데 충분했고, 델과 AIG가 저조한 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경기하강 우려를 부채질했다.

3월 첫 거래일인 2일 개장전. 증권가의 표정은 싸늘하다. 지난주 모락모락 피어났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시장이 이미 순환적 약세장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증권은 특히 중국시장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반등장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나 시장은 이미 순환적 약세장(cyclical bear market)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락 폭의 50%를 만회하게 되는 1,800P 전후가 단기 저항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험이 크게 낮아졌고, 기업 이익의 안정성도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직전 저점 수준인 코스피 1,550P를 하회하는 조정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대로 미국 경기가 하반기 회복세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중국발 인플레가 통화정책과 실물경기를 새로이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원자재 가격 안정이 그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이번 반등을 지난 강세장에서 특정 업종에 편중되었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대우증권 (8,730원 ▲120 +1.39%)은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의 핵심 경제 지표 발표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경기 판단(확장과 침체) 기준선인 50을 하회하면서 충격을 줬던 미국 ISM 제조업지수(3월4일 발표, 12월 50하회, 예상치 49.0)와 서비스업지수(6일 발표, 1월 50하회, 예상치 48.0)의 2월 지표가 이번주 발표된다.

이경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두 지표 모두 50선 아래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를 지탱해주는 근간인 2월 고용동향 역시 주말 발표(7일)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중 내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에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대외변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내 실물경기는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 (4,610원 ▼210 -4.36%)은 "이번주 발표되는 주요 국내 경제지표는 대외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유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지표는 양호하겠지만,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고용이나 기업체감경기 등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대외 불안요인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경기에 대한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 이번주 후반 예정된 3월 금통위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금리인하의 명분이 약하고, 인플레에 대한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행히 중국시장은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에 따르면 29일 중국증시는 미국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열리는 양회의 (전국인민대표회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중국정부 증시부양정책의 기대로 상승 마감했다. 오늘도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증권거래 인화세 축소와 해외에 투자 설립된 기업들의 중국 A증시 상장 등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중 중국증시의 흐름이 시장에 변수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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