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3각파도'에 휘청..다우315p↓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3.0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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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침체우려·금융불안'...사흘 연속 뒷걸음

주요 기업들의 실적부진, 경기지표 악화, 금융권 불안이 겹치면서 뉴욕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315.79포인트(2.51%) 하락한 1만2266.39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37.05포인트(2.71%) 떨어진 1330.63을, 나스닥지수는 60.09포인트(2.58%) 빠진 2271.48로 마감했다.

2월 마지막 거래일에 악재가 겹쳤다. 델과 AIG가 저조한 분기 실적을 공개, 경기하강 체감 온도를 낮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권의 손실이 최소 6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2개월 연속 제자리걸음했고 제조업경기는 6년래 최저로 둔화했다는 경기지표는 투자자들의 뇌리에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로써 뉴욕증시는 사흘간 뒷걸음질치면서 주초 이틀간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 델-AIG, '어닝쇼크', 매도 핑계 제공



세계 2위 PC메이커인 델 컴퓨터와,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어닝쇼크'로 시장을 흔들었다.

델은 지난해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6.5% 감소한 6억7900만 달러, 주당 31센트를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 주당 36센트를 밑들았다. 델 주가는 4.65% 급락했다.
휴렛패커드(HP)와 IBM 주가도 각각 1.6%, 1.4% 물러나는등 기술주 전반에 걸쳐 하락세가 확산됐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는 89년 역사상 최악의 손실을 내면서 6.6% 내려앉았다. AIG는 지난해 4분기 52억9000만 유로, 주당 2.08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2년 이후 첫 분기 손실이자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특별비용을 제외한 손실은 주당 1.25달러로 전문가 예상치 69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 UBS "금융권 손실 최소 6000억 달러"..금융주 휘청

UBS는 현재 1600억 달러 수준인 금융권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손실이 최소 6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영국계 헤지펀드인 펠로톤이 알트에이(Alt-A)모기지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마진콜에 직면, 펀드를 청산한 점을 상기시켰다. 펠로톤은 전날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취급하는 18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청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UBS의 전망은 다시한번 금융주를 흔들었다.
AIG외에도 씨티그룹 주가가 5.2% 급룩했으며 JP모건 4.2%,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4.8% 등,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전분야에 걸쳐 하락세가 확산됐다.

신용등급 유지로 한숨돌리는가 싶던 채권보증업체 암박 MBIA도 다시 급락했다.
CNBC는 암박의 구제금융건이 난관에 봉착했으며 은행권이 조만간 다시 만나 새로운 암박 구제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암박의 구제금융 계획은 이번주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다시 신용 우려가 확산되면서 암박이 5.6% 급락했고 최대 보증회사인 MBIA도 7.7% 내려앉았다.

◇ 유가 소폭 하락, 달러 추락 지속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03를 넘어선뒤 소폭 하락 마감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값은 배럴당 전날에 비해 75센트(0.7%) 하락한 101.84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배럴당 103.0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심으로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가는 2월 한달간 배럴당 10.09달러(11%) 오르는 초 강세를 지속했다.

달러 가치가 유로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투자 수요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점이 유가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다음주 석유장관 회담에서 생산 쿼터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화는 엔화대비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에 비해서도 한때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요 통화대비 달러화의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3시40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3.83엔으로 전날의 105.39엔에 비해 1.56엔(1.4%) 급락했다(엔화가치 급등). 이같은 하락폭은 최근 6주간 가장 큰 것이며 엔/달러 환율은 지난 2005년 3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미 증시가 급락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여건이 마련된 점도 엔화 급등에 일조했다. 엔화는 유로에 비해서도 1.4% 급등했다.
달러/유로 환율 역시 한때 1.5239달러까지 치솟으며 또다시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3시40분 현재 1.5182달러를 기록중이다.

"약달러가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의 발언이 약 달러 정책기조를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안전자산'선호현상으로 채권값은 급등했다.



오후 4시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의 3.67%에서 0.15%포인트 하락한 3.52%를 기록했다. 2년만기 국채는 전날 1.64%를 기록, 전날에 비해 0.23%포인트 급락했다.
이날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채권으로 자금이 몰렸다.

◇ 경기지표 바늘은 '침체' 가리켜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경기 침체'를 예고했다. 개인소비는 전문가 예상을 상회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1월 개인소비는 전월대비 0.4%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2%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경우 개인소비는 오히려 2개월 연속 정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보다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지표로 가장 중요시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은 0.3% 늘어나 4개월래 최대폭 증가했다. 전년대비로는 2.2% 증가, 예상에 부합했다.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6년래 최저로 둔화됐다.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는 2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4.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 49.5에 못 미치는 결과다.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도 악화됐다. 2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 78.4에서 70.8(확정치)로 떨어졌다. 다만 잠정치 69.6과 전문가 예상치 70은 상회했다. 고용시장은 악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큰 폭으로 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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