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이 깨끗해야 세상도 깨끗하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02.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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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사회적벤처를 찾아서]<6-1> 1000억 매출기반 다진 사회적 유통기업

↑ 우리밀 이삭 위에 올라선 청개구리 ⓒ자연드림↑ 우리밀 이삭 위에 올라선 청개구리 ⓒ자연드림


"저도 수업준비를 하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네요. 다같이 잘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아이들을 잘 이끌어줘야겠지요. 우리 어른들이 말입니다. 저의 수업도 제3세계 아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랍니다."

전북 담양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나소은 씨가 '자연드림'에 보내 온 '공정무역 초콜릿 구입소감' 중 일부이다.



공정무역이란,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생산자들이 생산한 상품을 공정한 가격에 구매해 해당 지역에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무역 방식.

↑ 나소은씨 학급 학생이 그린 <br>
공정무역 포스터 ⓒ자연드림↑ 나소은씨 학급 학생이 그린
공정무역 포스터 ⓒ자연드림
나 씨는 '코코아 농장에서 아이들이 노예처럼 일한 결과로 대부분의 초콜릿이 만들어지며, 소비 생활에서의 작은 실천으로 빈곤국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고 이 회사에 전해왔다.



친환경먹거리 업체인 자연드림은 지난 14일 밸런타인 데이를 겨냥해, 아동노동을 쓰지 않고 생산한 카카오 원료를 공정무역 방식으로 수입, 국내에서 가공한 상품인 '자연드림 카카오 58%'를 이달 초 출시했다.

'자연드림 카카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출시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지난 12일, 본사에 준비해뒀던 2000여 세트는 동이 났다. 이 회사 직원들은 울려대는 전화통을 붙들고 '더 많은 물량을 준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시민운동에서 기업화까지… 진화하는 '생협'= 지난 1997년 '안전한 먹거리 확보'라는 소박한 목적을 위해 부평·부천·안산 등 시민 조직이 결성했던 한국생활협동조합연대(이하 생협연대)가 진화하고 있다.


생협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생협 등 단체들은 지난 2001년 우리밀 재배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해 18만톤 이상이 생산되던 국산 밀이 궤멸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1990년대 중반 농협이 생산·수매·경영 책임기관으로 선정됐지만, 농협의 관리 부실로 2000년에는 단 2000톤의 국산밀이 생산됐을 뿐이었다.



생협 단체들의 ‘활약’으로 2003년 이후 국산 밀은 매년 1만톤 이상 재배되고 있다. 생협연대는 국산 밀 외에도 우리 땅에서 나오는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을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생협연대는 지난 2005년 일반 대중을 겨냥한 친환경식품 매장과 유기농 외식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자연드림'을 설립하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생협이 매장을 내더라도 조합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판촉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법 규정이 그렇기 때문이예요. 생협만으로는 친환경 먹거리 공급이나 생산기반 확대는 어려운 과제로 머물고 맙니다. 그래서 상법·회사법에 따라 자연드림을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고요."



신성식 자연드림 대표는 "우리나라 생협이 발전할 수 없도록 막은 구조적 면이 생협연대의 발전을 되레 가능케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연드림은 △국산 밀로 만든 빵을 판매하는 베이커리 사업과 △유기농 식품 전문판매장 △한우 등 국산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한우예찬' 등 3개 부문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드림 베이커리 매장의 빵과 과자는 전부 국산 밀과 쌀로 만들어진다. 유기농 인증을 받았는지, 단순한 저농약·무농약인지 여부를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상품마다 자세한 소개글이 붙어 있다.



↑ 자연드림 베이커리 매장에 전시된 케익 상품. 전부 우리밀로 <br>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자연드림 베이커리 매장에 전시된 케익 상품. 전부 우리밀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서울에만 목동·당산·노원 등지에 4곳 등 전국 총 17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3월 중에는 서울 송파구에 18호점을 낸다.

언뜻 생소해 보이는 친환경 식품 외식사업도 유기농 식품시장의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외식 부분과 가정에서 조리해먹는 부분은 절반"이라며 "외식 사업을 통해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 생산물량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했고, 그 고민의 결과가 '한우예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분 62%는 생협연대의 하부 기구인 '친환경 유기농 도매시장'이 보유하고 있고, 한국여성민우회생협과 유기농식품 영농조합이 약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른바 시민 참여형 기업인 셈.

자연드림 외에도 생협연대는 학교 급식 사업 부문의 ㈜생협친환경급식이나 한국유기농도매시장 등 하위 기구를 두고 확장 일로에 있다. 지난해 생협연대가 올린 매출 실적은 1000억원, 2006년 700억원에 비해 25% 커진 규모다.

이처럼 생협연대의 먹거리 시장이 커진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지난 2000년 '우리밀 살리기' 운동 이래 10년 가까이 이상 지속돼 온 생산자-소비자 조합원 간 신뢰관계를 들었다.



생협연대 4만여 회원이 한달 평균 구매하는 식자재 비용이 25만~26만원에 이르는 만큼 친환경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소비구조가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생협연대는 이를 바탕으로 서울·경상·전라·충청 등 전국 7개 지역에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대형 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유기농산품을 취급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자체 물류망 운영으로 생협연대는 스스로를 지켜내는 기반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산학협력 통한 고용창출, 공동체 만들기까지 추진"= 생협연대는 2004년 성공회대학교와 산학협력 약정을 맺고, 이 학교 학생들을 자연드림 등 생협연대 기구에서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를 통해 ‘친환경먹거리 보급 확대’라는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파하는 동시에, 이들을 다시 고용해 온 것이 올해로 4년째다.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신입사원 최저임금 가이드라인’도 2160만원으로 정했다. 물론 성과급, 상여금은 별도다. 개인연봉제의 한계를 커버하기 위해 연봉인상은 팀 실적에 따라 정해지도록 정해

아울러 생협연대는 지난해 12월 충북 괴산군과 33만㎡(10만평)의 '친환경 식품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사업에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150여 친환경 유기농 가공식품업체 중 우수 업체 25~30여 곳을 선정하고 이곳에 집결시켜 친환경 식품 공동 연구개발, 공동 마케팅, 공동유통이 가능토록 하겠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생산비의 20~50%를 절감함은 물론, 업체간 상승(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발상이다. 생협연대의 이러한 구상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자연드림이다.



신 대표는 안전한 먹거리 확보라는 목적에서 시작한 생협운동이 ‘1기’, 자연드림을 중심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지금을 ‘2기’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앞날은?
↑ 자연드림 베이커리 목동 매장에서 <br>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자연드림 베이커리 목동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생협 운동 3기의 핵심은 ‘마을 만들기’입니다. 공단 안에서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아이들이 직접 딴 사과를 가지고 스스로 주스를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죠. 공단 자체가 ‘가장 아름답고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건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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