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가 월가를 대체한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2.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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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亞 국부펀드 통한 자금조달 눈독

사모펀드가 대형 차입매수(LBO)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부펀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사모펀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신용경색으로 대규모 자산을 상각하고 있어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신용경색 여파로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해 상대적으로 좋은 투자 기회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모펀드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권에 비해 자금 여력이 풍부한 국부펀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가이 핸즈 테라퍼마(Terra Firma) 대표와 데이빗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창업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슈퍼리턴'(the Super Return) 컨퍼런스에 참석 "사모펀드들이 자금이 풍부한 중동과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들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자 더 이상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다.

기존 은행들은 2000억달러에 달하는 LBO 채권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18~24개월 동안 사모펀드 대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핸즈는 "월가와 런던은 이미 LBO 자금 조달에 적절치 않은 장소가 돼 버렸으며, 국부펀드가 월가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벤스타인 역시 "은행들의 빈자리를 매울 △ 국부펀드 △ 연금펀드 △ 헤지펀드 △ 뮤추얼 펀드 등 4가지 대안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모펀드가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구체적인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헬먼&프리드먼이 지난해 10월 미국 제조업업체인 굿맨 글로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적은 있다.

데이빗 본더만 TPG 캐피털 대표는 "은행들이 사모펀드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미국 차입매수 비용에서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토니 제임스 블랙스톤 그룹 사장 역시 "헤지펀드, 뮤추얼펀드와 자금 조달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은 최근 GSO를 인수하며 헤지펀드와 신용사업 부문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나섰다.



최근 일부 국부펀드들은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부펀드가 사모펀드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에 자금 조달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루벤스타인은 "사모펀드와 국부펀드가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모펀드 투자가 좋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앞서 아부다비 투자청의 투자 자회사인 무바달라 디벨로프먼트는 칼라일의 지분 7.5%를 인수하기도 했다.



핸즈는 은행권보다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로부터 조달하는 자금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최대 10억달러를 대출할 수 있는데 반해 국부펀드들로부터는 20억~4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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