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본파업에서 자본참여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사)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2008.02.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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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란다]금융업 자본유입 유도해야

[시론]자본파업에서 자본참여로


국내외의 커다란 기대 속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였다.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직후라서인지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참여정부의 어젠다들이 주로 정치와 균형발전 등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경제문제에까지 이념과 명분의 논리가 스며들면서 특히 대기업 중심의 투자부진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대표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세계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은 상태이고 R&D투자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혹자는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파업을 했다고 빈정대기도 했다. 하지만 자본이라고 파업하지 말라는 법고 없다. 참여정부에서 왜 “자본”의 파업이 나타났는지 돌이켜 보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자본의 파업을 막고 투자를 유도하며 일자리를 연 50여만개씩 탄생시키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눈에 뜨이는 변화는 금융산업의 역할과 위상이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한 간접금융이 핵심적 금융기법이던 시대에는 금융이 제조업의 서포터스 기능을 도맡아 하면서 금융업 자체의 발전은 상당부분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을 매개로 자금의 흐름이 나타나는 직접금융이 중심이 되면서 금융산업의 위상은 자체적인 성장동력산업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금융상품을 매개로 금융행위가 이루어지게 되자 금융업도 마치 제조업처럼 다양한 상품을 설계 구성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금융공학의 발전과 맞물려 엄청난 발전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운용하는 자기자본 운용업(principal investment)과 타인의 자금을 운용하여 이익을 내주는 집합투자업(collective investment) 등 자산운용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면서 금융업의 위상은 이제 상당 부분 변화하였다.

금융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의 필요성이 적고 좋은 인력을 고용하여 제대로 운영을 할 경우 상당한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이다. 더구나 일자리의 성격상 젊은 인력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인식을 하게 되므로 고급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 금융업의 위상은 제조업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TNI지수이다. 해외영업에서의 자산, 인력, 이윤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화시킨 이 지수는 우리나라가 4.3%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24%, 네덜란드 48%, 일본이 18%정도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얼마나 뒤쳐졌는가를 알 수 있다. 반면 거꾸로 이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경우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가 추진해야할 과제는 엄청나다. 우선 해묵은 숙제인 금산분리완화를 통해 “파업”했던 자본들이 금융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업 진출을 계획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금융산업에서 찾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는 사모펀드산업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모투자펀드(PEF) 제도는 본래적 모습을 살리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있다. 대기업이 이를 통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난 규제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제도도 한시바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나서서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일반화되어 있음을 감안하여 사모펀드산업의 트로이카인 사모투자펀드 헤지펀드 국부펀드 관련 제도를 신설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그 외에도 우리은행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의 민영화 과제는 물론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지분매각 문제의 조속한 처리 등 새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엄청나다.

새 정부가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금융산업의 캐치업과 정상적 수준달성이라는 과제를 잘 해결해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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