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방이 낳은 특검' 혈세만 낭비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2.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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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인 의혹 모두 무혐의...새롭게 인정된 혐의 없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각종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팀은 21일, 당선인의 혐의 대부분을 '무혐의'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40일 가까이 계속된 수사 여정을 마무리 했다.

이날 수사 결과는 특검팀의 공식 수사 종료일인 23일보다 이틀 앞서 나온 것이다. 발표문은 51쪽 분량으로 정 특검이 직접 발표했다.



◆당선인, BBK와 무관=검찰이 김경준 1인극으로 결론 낸 'BBK 주가조작'에 대해 특검팀 역시 김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선인은 BBK의 설립 및 소유와 무관하며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는 '진정하게 설립된 문서가 아니다'는 것이다.



즉 김경준이 BBK를 운영하면서 역외 펀드를 통한 투자금을 옵셔널벤처스 주식매집 및 유상증자 등에 유용했고, 이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이 이뤄졌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또 김씨가 옵셔널 법인자금 319억원을 임의로 인출, BBK 투자금 반환 등에 사용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히 주가조작에 이용된 LKe뱅크, BBK투자자문, 마프 펀드 등의 계좌도 모두 김경준이 장악, 관리했으며 옵셔널벤처스 주자조작 및 법인자금 횡령에 이 당선인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특검팀은 나아가 이 당선인의 차명소유 의혹이 일었던 도곡동 땅에 대해 "도곡동 땅을 당선인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고, 이 땅은 당선인 소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결론은 "당선인의 처남 김재정씨 명의의 지분은 김씨 몫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제3자 소유로 보인다"는 검찰의 수사결과와는 다른 것으로, 특검팀은 오히려 "당선인의 형 상은씨 명의의 지분은 명백하게 상은씨 몫"이라고 판단했다.



(주)다스 역시 김재정씨와 상은씨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으며 (주)다스의 지분을 이 당선인이 차명으로 소유했다는 의혹 역시 근거가 없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또 당선인과 관련한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 역시 '특혜'로 볼 수 없으며 김경준씨에 대한 수사검사의 회유.협박 의혹과 관련, "김경준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고, 수사검사의 회유와 협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검수사, 예고된 헛방이었나=특검 수사에서 이 당선인과 관련한 혐의가 새롭게 인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도곡동땅 등의 소유관계, 김경준씨에 대한 수사 검사의 회유.협박 부분은 당선인측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특검팀의 이같은 결론은 수사 착수 이전부터 예상됐다. 특검의 짧은 수사 기간과 살아있는 권력을 단죄할 수 있겠느냐는 한계 등으로 이미 예고된 '헛방 수사'였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 기간이 최장 40일에 불과한 초단기 수사였다는 점,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당선인을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점, 주가조작 등 복잡한 사실관계가 얽혀있었다느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특검 수사의 최대 관건으로 여겨지던 당선인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이를 방증한다. 당선인 조사가 고급 한정식짐에서 저녁식사까지 먹으며 이뤄진 사실은 이후에도 특검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검은, 이미 내려진 검찰의 수사 결과가 정치적 공방을 통해 특검으로 비화된 첫번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결국 이번 특검 역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끝난 '성공하지 못한 특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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