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진정한 위험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2008.03.01 14:07
글자크기

[머니위크 칼럼]

"투자의 첫번째 원칙은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원칙은 첫번째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가치투자의 황제인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이다.

높은 수익을 원하면 높은 위험을 택해야 한다는 상식에 비추어 보면 그의 이 원칙은 말장난에 불과해 보인다. "투자의 귀재니까 원금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겠지"하는 생각이 앞설 수 있다. 보통 투자자로선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사실 수 많은 투자자 중에서 원금을 잃지 않고 수익을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때 고수익을 냈다 해도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고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에 손을 벌리는 상황을 보면 원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원금을 잃지 않는 투자 비법은 무엇일까? 좋은 정보일까? 아니면 첨단 금융기법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완벽한 분산투자일까? 물론 이런 방법들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투자대상 자산이나 상품의 구조가 명확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수익실현 가능성에 대해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워런 버핏은 아무리 주가가 하늘을 뚫고 올라도 그 종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그 주식을 사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해서도 잘 아는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성공투자의 첩경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사려는 종목의 실적과 사업내용, 업황, 제품의 경쟁력 등 기업의 가치는 외면한 채 오르는 주가만 보고 사는 '추격매수', 기업공시 내용만 보고 그 진실성 여부는 따져 보지도 않은 채 주식을 사는 '묻지마 투자', 언론에 보도되는 고수익 기사를 보고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하는 '조급증 투자', 판매자들의 과대포장을 액면 그대로 믿고 가입하는 '귀 얇은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 원금을 잃지 않는 투자자가 되려면 투자하고자 하는 자산이나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최소한의 기본 요건일 뿐이다. 여기에 앞으로 예상되는 위험과 수익 가능성을 분석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러자면 경제는 물론이고 해당 산업의 장래 전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상품의 경쟁력 등 기업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며 펀드투자도 역시 다를 바 없다. ELS 투자도 상품구조가 이해되지 않으면 이해가 되고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투자를 미뤄야 할 것이다. 상품은 언제든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실력을 쌓아서 이해할 수 있을 때 가입해도 늦지 않다.

이해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 번 해 보는 것'은 '돈을 잃어 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돌 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서 건너도 위험한 것이 투자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하는 투자가 좋은 결과를 맺길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靑)일 뿐이다.



알고 보면 '원금을 잃지 않는 투자'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선 첫째도 학습, 둘째도 학습, 셋째도 학습이다. 학습 밖에 없으며 학습이 유일한 방법이다. 단순하고 지겨운 공부와 연구가 답인 것이다.

필자는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을 다음과 같이 재해석해 설명하고 싶다. "투자의 첫번째 원칙은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첫번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끊임 없이 학습해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