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곰탕 조사'에 친절한 특검?

장시복 기자 2008.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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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마무리 해가는 MB특검 '이모저모'

‘이명박 특검’ 수사가 이 당선인에 대한 방문조사를 정점으로 마무리 돼가는 수순이다.

지난달 15일 대장정에 오른 특검팀은 어느새 수사 종료를 나흘 앞두고 있다. 특검팀이 이 당선인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가운데 벌써부터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李특검'이 '꼬리곰탕 특검'이 되기까지= 지난 15일 출범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시작부터 다양한 별칭이 붙었다. 특히 이번 특검은 이명박 당선인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에 언론은 '이명박 특검' '李 특검' 'MB특검' 등 다양한 명칭 가운데 하나를 골라 썼다.



이 당선인에 대한 방문조사가 마무리 된 뒤 이명박 특검은 '꼬리곰탕 특검'이라는 명칭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이는 16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벌어진 3시간의 조사 시간 중 1시간 가량을 꼬리곰탕 정식을 먹으며 소비한 데 대한 언론의 냉소적 반응이다.



'용의 머리'를 잡겠다던 특검이 결국 조사에서 '소의 꼬리'를 먹고 '뱀의 꼬리' 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인 셈이다.

○···'꼬리곰탕 조사'에 '친절한 특검'? == 16일 오후 4∼5시께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삼청각에 다급히 연락해 저녁7시 5∼6명이 쓸 별채를 구했다.

별채는 보통 손님이 10여명 이상이 돼야 예약이 가능해 삼청각 측은 일단 거부했다. 그러나 인수위 경호팀 소속인 이 남성들이 "손님이 당선인"이라고 밝히자 이내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이같이 급하게 조사 시간을 정하게 된 것은 조사가 벌어지기도 전인 당일 오후3시께 한 언론사에서 '조사 진행 중'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

같은 시각 기자실은 기사 확인을 위해 온통 분주한 분위기였고 특검팀도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어야 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기사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곳으로 지목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발빠르게 달려갔다.



60~70년대 박정희 정권때 이른바 '요정정치'의 산실로 불리던 이 삼청각에서 특검팀과 이 당선인은 그날 저녁 무엇을 했을까.

특검팀은 이곳에서 미리 준비해간 질의서를 바탕으로 3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뒤 이를 바로 인쇄해 당선인의 도장을 받았다.

조사 도중 이 당선인과 변호인 2명, 특검보 3명, 수사관 1명은 한시간 가량 꼬리곰탕으로 식사를 함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실질적인 조사 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곰탕 값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각자 냈다고 한다.



이같이 형식적인 조사에 대해 김경준씨 측 변호인들은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오순도순 밥도 같이 먹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친절한 특검씨'가 생각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 당선인과 김씨의 대질 신문을 요구했다.

○···'Wow' 외치던 김경준...지금은= 김경준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송환됐던 지난해 11월 16일.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김경준의 말한마디 표정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위해 취재진은 사투를 벌여야 했다.

김경준씨의 표정도 자신만만했다. 취재진을 향해 'Wow'라고 외치며 한껏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특검에서만 12번째 나와 조사를 받고 있는 김씨의 표정은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조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마다 언론에 한마디씩 말은 남겼지만 '제발 나좀 도와달라'는 듯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다소 지치고 수척해진 모습의 그는 검찰 수사에 이어 다시 한번 특검이 이 당선인을 무혐의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무지개 색깔' 특별수사관 = 서울고등법원장 출신의 대형로펌 고문 변호사인 정호영 특별검사 외에 다채로운 경력의 특별수사관들도 주목의 대상이 됐다.



이명박 특검법은 특검보와 파견검사 외에 최대 40여명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검팀은 수사가 진행를 진행하며 필요한 부분이 생길때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특별수사관으로 합류시켰다.

특검팀은 자금 추적에 주력했던 만큼 회계사들을 우선 임명했다. 이어 외국계 은행 지점장 출신의 국제금융전문가와 미국 변호사들을 동원해 해외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국 소송기록을 검토하는데 일조를 하기도 했다. '상암DMC' 사업 의혹 수사에는 건축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특검 관계자들은 "이들의 역할이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 때와는 달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된 특검 수사 결과가 기대돼 온 이유이기도 하다.

○···특검수사와 목탁 소리? = "탁 탁 탁..." 특검사무실 앞에서는 목탁 소리가 들려 온다. 근처에 사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검이 위치한 사무실 앞에는 추운 한 겨울에도 목탁을 치며 1인 시위를 하는 스님이 눈에 띈다.

그의 목에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달라' '대질 심문을 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이 걸려 있다. 인천에서 온 이 스님은 자신을 '사이버 안티 이명박'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대 편에서는 'YS의 입'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던 박종웅 전 의원을 비롯한 '민주연대21' 회원 수십 여명이 '기획입국설을 수사하라'며 수일 동안 시위를 연 바 있다.

이들이 특검이 위치한 건물 안으로까지 들어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전경 1개중대 가량이 건물 안에서 대기하기도 하다.

○···유리 기자실과 문밖의 수습 기자들 = 강남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한 대규모 신축 빌딩. 이 건물 1층안으로 들어서면 전면이 유리로된 사무실이 나온다.



이 안에는 20여개 언론사 기자들이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에 몰두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카메라 앞에 앉아 생방송으로 그날의 소식을 전달하곤 한다. 바로 각 언론사에서 비용을 대 임시로 마련한 특검 기자실이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말로만 듣던 기자실이 이런 곳인가 신기한 듯 유리창 안을 들여다 본다.

특검 사무실은 이 건물 2층에 철옹성 처럼 위치하고 있다.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올라가면 '정호영 특별검사'라는 현판 앞에 수명의 경호원들이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 주변에서는 각 언론사의 수습기자들이 수시로 상황을 보고하며 진을 치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뻗치기'로 통한다. 이곳은 '제2의 특검 기자실'이다. 수습기자들은 노트북을 켜놓고 신문을 펼치고 상황을 수시로 체크한다.

또 정호영 특검과 각 특검보들의 출·퇴근 및 식사시간 등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들이 지나다니며 수습 기자들에게 한마디 건넨 것이 그날의 기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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