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도 시세판…'코끼리 투자자'의 힘

뉴델리·뭄바이(인도)=김익태 심재현 기자 2008.02.1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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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1-1>주식 보유 2500만명…세계 3위

인도에 도착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인도 주요 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증시폭락을 다뤘다. 전날 인도 증시가 장 초반 한때 1시간 동안 거래가 중지되는 우여곡절 끝에 4.97% 폭락 마감했다는 내용이었다. 연초 지구촌 증시에 낀 먹구름에도 홀로 승승장구하다 맞은 '홍두깨'였기에 충격이 더한 듯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미국·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2500만명의 주식보유자를 둔 인도 주식 열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기세였다.

↑ 지난달 23일자 인도 조간신문 1면. 22일 증시폭락을 머릿기사로 다뤘다.↑ 지난달 23일자 인도 조간신문 1면. 22일 증시폭락을 머릿기사로 다뤘다.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도 증시는 2004년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2004년 5월 17일 4505.16으로 바닥을 친 센섹스지수는 지난달 8일 2만873.33를 찍을 때까지 4.6배 상승했다.



제이슨 오 미래에셋 인도법인 애널리스트는 최근 인도 증시 하락을 '일시적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일시적으로 수급에 이상이 생겼지만 인도는 미국경기 둔화의 영향이 적고 올해 기업이익 증가율도 20% 이상으로 예상돼 유동성 문제 외에는 큰 이상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

최근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인도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기준 18.8배에 달했다. 중국(15.8배) 브라질(12.7배) 등 주요 신흥시장(이머징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피터 그룹의 아비나쉬 바지라니 펀드매니저도 "인도는 이미 세계 4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이라며 "오는 2025년에는 인도 경제 규모가 미국 시장 규모의 60%까지 따라잡을 것"이라고 지속적인 성장 전망을 내놨다.

↑ 1875년 아시아 최초 증권거래소로 개장한 '뭄바이증권거래소'(오른쪽)와 1994년 개장한 '내셔널증권거래소'(왼쪽)↑ 1875년 아시아 최초 증권거래소로 개장한 '뭄바이증권거래소'(오른쪽)와 1994년 개장한 '내셔널증권거래소'(왼쪽)
인도의 경제수도인 뭄바이에 자리잡은 '뭄바이증권거래소(BSE)'. 1875년에 설립된 아시아 최초의 증권거래소로 상장기업수는 4800여개, 세계 2위 수준이다. 1994년 문을 열고 1310개 상장기업을 보유한 내셔날증권거래소(NSE) 역시 뭄바이에 있다. 이들 주식시장에선 1조 달러 규모인 인도 전체 증시 시가총액의 70%가 넘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994년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기 전에는 하루 2시간만 거래하고 매매대금 결제에만 14일이 걸렸다. 주로 브로커들의 장이었다가 전산화가 이뤄지면서 일반인들도 투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주식보유자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많은 2500만명으로 추정된다.


↑ 지난달 24일자 인도 조간신문 1면. 릴라이언스파워 IPO를 크게 다뤘다.↑ 지난달 24일자 인도 조간신문 1면. 릴라이언스파워 IPO를 크게 다뤘다.
◆거센 금융투자 열풍=인도에선 지금 금융투자 열풍이 거세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18일 있었던 인도 발전업체 '릴라이언스파워'의 공모주 청약. 무려 1800억달러(170조원)의 시중 자금이 몰렸다. 인도 증권시장 역사 130년 만의 최고 호황기라는 평가다. 1월 말 1주일의 인도 체류기간에 유력 경제지에선 펀드·재테크 특집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금융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신흥 중산층'. 연소득 20만~100만루피(약 480만~2380만원·1루피=23.84원) 이상의 계층이다. 1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의 축적자산을 대상으로 한 투자상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저축형 상품에서 투자형 상품으로 투자형태가 바뀌고 있는 셈. 'SIP'로 불리는 적립식펀드 열풍도 뜨겁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뮤추얼펀드 시장 규모가 약 120조원에 달할 정도다.



기세명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장은 "안정적인 저축형 상품에 돈을 넣었던 사람들이 급등하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하다가도 시세판…'코끼리 투자자'의 힘
인도 증시를 이끌고 있는 또다른 동력은 외국인 투자자금. 지난해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때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인도다. 오히려 지난해 주가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순수 인도펀드(친디아 등 지역혼합형 펀드 제외)로만 1조5000억원이 유입됐다.

현재 인도에는 32개의 뮤추얼펀드 운용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에셋을 포함, 피델리티 등 18개에 달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진출했다. 그만큼 인도 자산운용업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의미다.



일하다가도 시세판…'코끼리 투자자'의 힘
과열되면 후유증이 있기 마련.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소액투자자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도 일간지들은 24일에도 증시가 소폭 반등했다는 기사를 1면으로 다뤘다. 뭄바이 지역지인 '미드데이'(MiD DAY)는 'Morparia 만평'을 통해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을 풍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처럼 집을 판 돈이나 대학등록금까지 거래소에 들고 나오는 투자자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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