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보통예금 5개월, "절반의 성공"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02.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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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이탈 억제로 계좌수 급증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출시 5개월이 지난 고금리 보통예금의 성적표다. 유치 계좌수 만을 놓고 보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이탈하려는 고객을 붙잡는 데는 '선방' 했다는 평가다.

다만 저원가성 예금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증시 불안에 따른 반작용과 마케팅 강화로 고금리 보통예금 잔액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저원가성 예금 이탈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보통예금....꾸준한 인기 = 고금리 보통예금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우리은행이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AMA통장의 판매 실적은 지난 5일 현재 35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출시 후 2000억원 돌파에 넉 달이 걸렸으나 지난 한달 간 1000억원 이상을 추가해 바람몰이에 나섰다. 증시 불안로 인한 '외부효과'에다 예금금리 인상 등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의 ‘빅팟’ 통장과 기업은행의 '아이플랜' 역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빅팟 통장의 판매잔액은 5일 현재 6550억원으로 지난해 9월말 4400억원에 비하면 크게 늘지 않았지만 계좌수는 5개월 사이 세 배 이상 늘었다.

가장 먼저 고금리 보통예금을 선보인 기업은행의 '아이플랜'은 5일 현재 판매 잔액이 2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고객 수요에 맞춰 최소 설정금액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고객 이탈, 속도는 늦췄지만....=고객 이탈 속도를 늦췄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이 고객 평균 감소율 추이를 통해 추정해본 결과 지난해 12월 1만600여명의 고객 이탈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162억원의 유출을 방지했다고 은행측은 분석했다.


우리은행이 적극적인 판매로 돌아선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월급통장은 특성상 고객을 일단 유치하게 되면 이탈률이 낮은 편이다.

우려와 달리 수익성 측면에서도 아직까진 ‘순항’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마진율이 3%가량으로 수시입출식 보통예금의 4%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정기예금의 0.2~0.3%에 비해서는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 가입고객의 전환으로 인한 마진폭 감소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신규 가입자와 상품 전환 가입자 비율이 각각 절반이고,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12월말 현재 신규 계좌가 21만6000좌(저축예금)로 전환 계좌의 1만9000좌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저원가성 예금 이탈, 근본적 해결책은?=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방어적인 차원에서의 성과다. 저원가성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실제로 저원가성 예금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요구불 예금(MMDA제외)은 1월말 현재 20조4816원으로 전월보다 1조4353억원 급감했다. 하나은행도 1월말 현재 8조8876억원으로 전월보다 4345억원 감소했고, 기업은행 역시 1월말 7조1818억원으로 전월보다 8022억원 줄었다.



때문에 월급통장으로 제한된 고금리를 보통예금 전반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전면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신한은행도 국민은행에 이어 일정 금액 이하에만 고금리를 주는 월급통장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부분적으로 고금리는 주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계산이다.

이밖에 외국의 선례처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투자-예금 결합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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