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빠진 펀드 고객, "기다림이 상책"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2008.02.0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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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PB고객, 장기투자로 바꿔..일반 창구는 환매문의 급증

#1. 사업가 A씨는 지난해 9월 중국펀드에 4억원, 국내펀드에 6억원 등 총 10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증시급락으로 최근까지 전체적으로 10~20%대의 손실이 났다. 처음에는 손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시각을 장기로 보고 의연하게 대처키로 마음 먹었다.

#2.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 있는 B씨는 7억원을 펀드에 투자했고 지난해 10월께 10억원까지 자산 가격이 올라갔다. 그는 지난해 12월 펀드가치가 9억원으로 하락하자 고민에 빠졌고 결국 전액을 현금화했다. 그는 현재 다시 펀드에 가입할 시점을 은행 직원과 상의하고 있다.



최근 세계증시가 급락하면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해야 할지,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탓이다.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펀드에 가입한 은행 고객 중 상당수가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거액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 등은 대부분 '이렇게 된 이상 기다리겠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손실..'기다리면 회복될 것'

거액자산가들의 펀드투자에 대해 한 시중은행의 PB는 "주가침체로 인해 고객 10명 중 7명이 손실을 입고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사례의 A씨처럼 큰 손실을 입고 관망할 수 밖에 없는 '우울한' 고객이 대부분이며, B씨처럼 현금을 확보하고 오히려 저가매수 시점을 관망하는 '행복한'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액투자자답게 상당수가 시장의 혼란에 대해 비교적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져 '손실'을 받아들이고 수익률이 회복될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력이 생겼다는 것.


한 은행의 PB는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결국 장기투자만이 이기는 길이라는 것을 금융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일단 현재 보유하고 있는 펀드를 당분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은행권 환매 '걱정할 수준 아니다'



그러나 PB센터가 아닌 일반 창구에서는 펀드수익률 하락에 대한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가입시 제대로 설명을 못들었다고 항의하는 고객도 있고,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하는데 큰 손실을 보고 현금화한다는 하소연도 들린다"며 "만약 지수가 더 떨어진다면 심각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본점직원은 "시장이 안 좋으니까 영업점에 환매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본점에서 영업점에 안내문서를 보내서 환매를 원하는 고객에 대한 응대 방법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이 일부 창구에서 수익률 하락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의 동요가 나타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관측됐다. 한 은행 PB는 "언론에서 '펀드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조금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하반기처럼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환매 움직임이 있어 절대유입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요인에 의한 단기적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매력적 투자적기' 주장도

다른 은행의 한 PB는 "펀드의 신규가입은 예전보다 뜸한 편이지만 자금이 급한 고객이 아닌 이상 펀드를 환매하려는 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이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고객들은 적어도 1년 후 주가가 지금보다는 좋을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지금을 저가매수 시기로 보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회복하려면 하반기 이후라는 전망이 많지만 주가는 선반영되기 때문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후에는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중도환매수수료가 없는 인덱스펀드나 선취수수료가 절반인 펀드 등 소액펀드 3개로 분산해서 6개월정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편 전문가들은 환매를 고려한다면 지역별로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서브프라임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유럽펀드는 환매하고, 그 영향이 덜한 브릭스나 아시아지역 펀드는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경우 올해 북경올림픽과 함께 홍콩 직접투자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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