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하락률 선두, MB효과는 언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1.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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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다음달 정권 인수를 앞두고 안보 교육 기업 노동 언론 등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참여정부와 색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연초 세계 주요 증시중 가장 큰 폭락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코스피지수는 올들어 30일까지 16.24% 급락했다. 이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등의 주요 증시를 대변하는 지수 하락률을 웃돈다.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30일의 남다른 폭락으로 앞서 나갔다. 원화 약세에 따라 달러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마이너스 17.08%에 이른다.



같은기간 일본 닛케이지수는 12.82% 하락했다. 달러로 환전한 수익률은 마이너스 8.79%에 그친다. 지난해 하락률 선두권을 달린 일본 증시가 절치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50년래 최악의 폭설로 물가가 급등하며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중국과 그 주변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6.04% 하락해 코스피와 유사한 조정을 받았고 홍콩 항셍지수는 14.95% 떨어졌다. 대만 가권지수는 11.32%, 싱가포르 ST지수는 13.43% 각각 밀렸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H지수가 20.90% 떨어져 코스피를 압도했지만 H지수는 증시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손실이 막대한 유럽 증시는 대부분 두 자릿수 넘게 하락했다. 다우존스(DJ) 유로스톡스50지수가 30일까지 13.87% 하락했으며 독일 닥스 지수는 14.78%, 프랑스 CAC40지수는 13.19%, 영국 FTSE지수는 9.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신용경색 나아가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감을 일으킨 장본인인 미국 증시는 오히려 가장 선전했다. 다우지수가 다우 6.20% S&P 7.67%, 나스닥 11.43% 하락하는데 그쳤다.

코스피지수의 저조한 성적은 외국인투자자의 줄기찬 매도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올들어 쉼없이 매도를 지속해 순매도(매수금액-매도금액)를 8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선물옵션시장이 발달된 데다 현물시장까지 포함한 유동성이 풍부해 신용경색으로 ‘급전’이 필요한 해외의 ‘큰손’ 투자자들에게 1순위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중 한국증시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앞두고 일부 펀드가 포트폴리오 교체를 위한 매도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 침체 여파로 당장 중국의 고성장 모멘텀이 꺾이면 한국도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정부 출범을 앞둔 코스피지수의 부진은 ‘비지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내세운 이명박 당선자의 행보와 다른 움직임이다. 참여 정부와 달리 시장과 기업에 친화적인(또는 우호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장경제의 한 가운데에 있는 증시가 아직 인정해주지 않는 양상인 셈이다.

인수위는 올들어 주가가 급락을 반복하는 동안 '시장은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말을 그대로 수용하는 듯한 대응을 보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미국 경기침체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라’ ‘주가 급락에 뇌동매매를 하지 말라’는 원론적인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지난 23일 주가가 폭락세로 치닫자 감독 당국에서 “대량 환매시 자금을 지원하겠다” “연기금 주식투자를 조기 집행하겠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에 종종 있었던 동원령과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인수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급락을 지속하고 있다. 인수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외국인 매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체념까지 들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가 완전하게 이뤄지고 비즈니스 프렌드리 정책이 하나둘 실물경제에 반영될 때 신정부 효과가 본격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신분으로 증권가를 방문했을 당시 2008년에 3000, 재임기간중 5000 돌파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코스피가 저평가됐는데 정권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들었다.



서브프라임 위기에 처한 미국인들이 이번 대선에 주목하는 것처럼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새정부에 대한 기대는 크기 마련이다.

3000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꼴찌는 면해야 당선자도, 인수위도 체면이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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