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추억…상품펀드는 안녕한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2.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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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불안한 증시, 조마조마한 펀드

연말, 연초 암울하기만 한 국내외 금융시장을 지켜보며 회사원 A 씨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펀드를 계속 유지하자니 1년 동안 올린 수익은 물론이고 원금까지 위험한 상황에 이를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A 씨의 펀드는 주식형이 아닌 원자재펀드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계속 오를 것 같았던 국제 유가는 90달러 근처까지 밀린 반면 금 값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글로벌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주식형 펀드에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해 고수익을 안겨줬던 상품(commodity)펀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가격 변동성이 높은 상품 가격이 경기와 유동성 문제로 출렁일 수 있고 상품별 가격 차별화가 뚜렷해질 수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원자재펀드' 속을 보라



흔히 말하는 '원자재'에는 수십 가지 상품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원자재펀드라고 불리는 상품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펀드가 투자하는 상품(commodity)은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와 금이나 구리 등을 중심으로 한 비철금속 및 귀금속, 옥수수나 밀이 포함된 농축산물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라 해도 편입 자산이 무엇인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즉 해당 상품의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와 선물을 포함한 파생상품, 관련 주식 중 어느 자산으로 운용하는가에 따라 펀드의 변동성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지수는 보수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여러가지 상품을 포함한 인덱스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주식 비중이 높은 경우 비교적 해당 상품의 가격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파생상품을 편입하는 펀드는 ELF가 대부분이며 변동성이 큰 만큼 원금보장 여부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 상품별 차별화에 대비하라

올들어 원자재펀드에 신규 투자할 때는 특히 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품(commodity)별로 가격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주요 원자재의 가격 움직임에 엇박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수익' 추억…상품펀드는 안녕한가


국제 금 선물가격은 28일(현지시간) 현재 온스당 900달러에 육박,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 국제 유가는 지난해 세자릿수 영역에 진입했던 상승 기조가 주춤, 최근 배럴당 90달러대 초반까지 밀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전망에 따라 금 값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경기 우려를 반영, 유가는 내림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국제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이 시장 전망과 수급 상황에 따라 상품 가격의 차별화를 가져올 전망"이라며 "유가를 비롯해 경기에 민감한 상품과 귀금속이나 농산물과 같이 경기에 둔감한 상품의 가격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보수적 접근…지역펀드에도 관심



지난해 원유와 금, 일부 곡물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약달러와 이에 따른 투기 자금의 원자재 시장 유입,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의 고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원유는 경기와 유동성, 여기에 수급까지 맞물리면서 수퍼랠리가 찾아왔다는 기대가 팽배했다.

하지만 지난해 나타났던 랠리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원자재펀드 투자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원유와 비철 등 경기 확장을 배경으로 오른 상품 가격이 랠리를 접고 내림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계웅 팀장은 "이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데다 경기 우려가 나온 만큼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투기 세력이 차익을 실현할 경우 경기에 민감한 상품의 경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품은 역사적으로 볼 때 수익률 대비 변동성이 큰 자산인데 유동성으로 인해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상품펀드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가격 향방을 정확히 예측했다 하더라도 입맛에 꼭 맞는 펀드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의 특성상 투자자가 보기에 전망이 좋은 상품만을 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상품별 전망에 따라 신속한 포트폴리오 교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상품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해당 자원이 풍부한 곳의 지역펀드를 검토하는 것도 투자 기회의 다양성 차원에서 고려해 볼만 하다는 지적이다.



[표]상품펀드 현황 및 투자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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