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제4의 은행지주'되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권화순 기자 2008.01.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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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민영화 어디로…정책·IB 단순분리 땐 기존 지주사와 유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산은 민영화 방안을 내놓은 지 10여일이 지났으나 금융권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민영화 방안 자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데다 인수위가 밝힌 '중소기업 지원 재원 마련' '토종 투자은행(IB) 육성' 등의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방안인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산은 민영화 방안이 확정되기 전에 보다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은 민영화, '제4의 은행지주'되나


◇산은, 당분간 현행 유지할 듯=큰 틀에서 인수위의 민영화 방안은 산은의 순수 정책기능을 떼어내고 남은 IB부문이 대우증권 등 자회사를 포괄하는 지주회사에 포함돼 이 지주회사를 민영화하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주회사 출범 초기에는 현재의 산은이 그대로 지주회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주회사 지분 49%를 매각하는 2단계 민영화까지는 산은이 지금의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책금융기능이 이전될 한국투자펀드(KIF)는 산은 지주회사의 지분 49%를 매각한 자금으로 설립하는 것으로 돼 있다. 산은 지주회사의 지분 매각에 걸리는 시간이나 KIF 설립 시점에 따라 산은은 현재와 같은 형태로 상당기간 존속한다는 얘기다. 차이라면 지주회사 내부에 들어간다는 것뿐이다.



◇제4의 은행지주회사?=산은에서 순수 정책기능을 떼어낸 부문을 모두 IB로 볼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순수 정책기능을 떼어내면 바로 IB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산은의 기업금융부문, 즉 일반 상업금융부문도 남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의 성격만 놓고 보면 기업대출부문은 상업금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기능은 KIF로 가고 산은 지주회사는 일반 기업대출과 IB부문이 결합한 은행(산업은행) 증권사(대우증권 (8,720원 ▲110 +1.28%)) 등 다른 자회사로 구성된다는 얘기다. 이런 형태는 내부에 IB부문을 포괄하는 상업은행과 별도 증권사 등을 보유한 우리금융 신한금융 등 기존 은행 지주회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산은 지주회사의 민영화가 '토종 IB 육성'보다 '고만고만한' 은행 지주회사를 하나 더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산은 지주회사가 다른 은행 지주회사보다 IB부문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국제업무 등에서 강점도 있지만 주로 정책금융을 담당해 민간은행의 기업금융과 비교하면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며 "여기에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국책은행이라는 이점이 사라지면 기존 지주회사보다 IB부문에서 특별히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5년 내 49% 팔 수 있나=산은 지주회사의 지분 49%를 팔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 20조원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우선 20조원은 산업은행의 가치를 60조원으로 봤을 때 나오는 수치다. 산은 가치에 대해 많게는 60조원에 근접한다는 계산에서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는 견해 등 다양하지만 대다수는 60조원에 크게 못미친다는 쪽이다.

증권업계 인수·합병(M&A) 담당자는 "60조원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내부적으로 적정 주가순자산배율(PBR)을 산출해 계산한 결과 산은의 가치는 30조원 정도로 보는 게 적정하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계산대로 산은의 가치가 60조원에 달한다고 해도 지분 49%를 단기간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은법 개정 등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소수 지분 매각을 위한 상장작업에도 다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분 49%를 매각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단키 어렵다. 우리금융의 경우 당초 2001년 4월2일 정부가 최대주주로 출범하면서 3년 내로 매각시한이 정해졌지만 약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8%의 지분을 파는 데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 49% 팔다가 차기정부 5년이 다 갈 수도 있을 것"며 "자칫 토종 IB 육성과 정책자금 조달이란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금융권에서는 외환이나 파생상품 등 산은의 경쟁력있는 IB분야를 대우증권으로 이관하고 대우증권을 즉각 시장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종 IB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 남은 정책금융 역할은 KIF나 수출입은행 등에 넘기고 상업금융부문은 자산 매각, 회수 등을 통해 정리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슷비슷한 은행 지주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서는 국내 IB 육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우증권을 매각해 대형 증권사와 합병을 유도함으로써 증권업계에도 '빅뱅'이 일어나도록 이끄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선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산은이 보유한 지분과 대우증권 매각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더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보유 자산의 매각 이익은 정부가 바로 가져올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산은 지주회사를 만들고 이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비하면 '마이너'한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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