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투자처는 많다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이재경 기자 2008.01.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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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해외투자

안방에서 세계 증시에 손을 뻗치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세계 경제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포함해 베트남과 두바이 등 신흥시장의 깊숙한 곳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발길이 미치고 있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주식 중개서비스를 적극 유치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금광'을 발굴하려는 증권맨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남의 집 잔치를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숟가락을 걸치자는 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해외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전면 자유화에 따라 투자층과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직접투자의 현황과 개선해야 할 과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전략을 짚어본다.



세계는 넓고 투자처는 많다


◆홍콩 중심 해외 주식투자 '러시'

2007년은 해외펀드 열풍 못지않게 직접투자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른 한 해였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직접투자 결제 건수는 9만7349건으로 2006년에 비해 182% 증가했다. 특히 홍콩 증시의 결제건수와 결제금액이 각각 565%, 876%에 달하는 외형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거래가 감소한 반면 이머징마켓에서는 투자 러시가 일어났다.


국내 투자자의 본격적인 해외 주식투자는 2002년부터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최근 해외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와는 계기와 성향 등 여러 측면에서 상이한 성격을 보였다.

1세대에 해당하는 초기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직장에 다니면서 본의 아니게 발을 들여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장에서 자사주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해외 직접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



국내 증시에서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적극적인 투자로 차익을 올리는 것보다 자사주 가격이 하락할 때 기업 가치에 못 미친다는 판단으로 추가 매수하는 형태로 접근했다.

해외 주식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차익을 올리려는 목적을 가진 2세대가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05년 하반기였다. 이들은 중국 증시가 바닥권을 벗어나 상승 초기 국면에 진입했을 때 고수익의 기대를 품고 적극적인 베팅에 나섰다.

국내 증시에서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가 주류를 이루었고,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되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안정성을 기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리고 중국과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이머징마켓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자 움직임이 가벼운 중소형 종목으로 범위를 넓혔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와 두바이 증시에도 발을 들여놓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해외 진출 초기부터 현장에 참여해 온 윤석부 리딩투자증권 팀장은 "1세대와 달리 아시아 이머징마켓 급등과 함께 해외 증시로 뛰어든 투자자들은 보다 공격적이고 높은 기대수익률을 가진 한편 매매 기간도 짧아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투자의 저변이 넓어진 데는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중개 서비스에 나서면서 투자설명회 등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도 한 몫 했다.

파죽지세로 오르는 중국 증시에 막연한 대박 환상을 가지고 뛰어든 투자자도 없지 않지만 온-오프 투자 동호회 등의 활동을 통해 공부하는 투자 문화가 형성된 것도 변화의 단면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현지 주식시장의 공시 시스템이나 기업 정보에 대해 브로커 못지 않은 내공을 지닌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

하지만 미국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국내외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은 만큼 단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더이상 유동성 장세를 즐길 때는 아니라는 얘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막연한 기대보다 기본에 충실한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고 업계 전문가는 입을 모았다.



◆올해부터 전면 자유화하는 해외부동산 투자

올해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전면 자유화할 전망이다. 지난 해 300만달러까지 확대된 투자목적의 부동산 취득한도가 올해 안으로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06년 2월까지는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투자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에 비하면 투자환경이 크게 변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대 기로에 선 해외 부동산 투자는 투자 목적의 부동산 취득한도가 폐지됨으로써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국내 부동산 경기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져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투자의 급격한 증가가 상당 부문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넓고 투자처는 많다
투자 대상과 투자자층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도 확대에 발 맞춰 투자 대상도 주택 위주에서 점차 상업용 부동산으로 범위가 넓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 투자 층의 수평 확대 및 수직적 확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 및 투자 노하우의 부재 등으로 투자 대상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수요를 겨냥해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 사업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로 부유층에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므로 부유층의 투자가 먼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보의 확산 등에 힘입어 더 많은 중산층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는 투자 대상 국가 및 도시도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투자 선호처인 영어권 선진국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이뤄내고 있으며 호의적인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어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는 안정된 경제 및 호의적인 부동산 정책 등으로 더욱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가 연일 서브 프라임 충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또 쉽게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처에 대한 주의가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는 넓고 투자처는 많다
해외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의 투자수준도 점차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도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해외 부동산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도심에서 30분 거리 또는 스타디움 근처 등은 우리 관점에서 보면 좋은 위치겠지만 도심에서 30분 거리의 지역이라 하더라도 향후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주거 지역인 경우가 많다. 스타디움 근처라 하더라도 현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중저가 주택지역, 즉 임대 수요가 적은 지역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지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최근 해외 부동산 붐을 타고 많은 해외 주거 프로젝트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국내에서 소개된 많은 분양 주택들 중 대부분은 판매를 목적으로 국내 분양 업체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 중 대다수는 분양 후 사라지는 업체들일 가능성이 높다. 또 지역 전문가가 아니므로 그 지역이나 대상 물건을 과장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사후 관리, 즉 임대 및 매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매입 시 이런 부분도 꼭 체크를 해야 한다.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CBRE(CB리차드엘리스)의 임동수 부장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고려할 때는 현지에 연계 오피스가 있는 부동산 전문업체로부터 투자 대상 물건 및 지역에 대한 사항을 꼼꼼히 수치로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입 후 이러한 업체에 사후관리를 맡겨 꾸준히 관리한다면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안전하면서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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