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의 환전략]삼성重 "환율은 오로지 헤지대상일 뿐"

더벨 이승우 기자 2007.12.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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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매도·매입 각각 100% 헤지..사상 첫 원화결제 계약도

이 기사는 12월26일(15:2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한해 212억달러어치 사상최고의 선박 수주를 기록한 삼성중공업. 이렇게 많은 외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삼성중공업의 외환관리는 단순하면서도 철저하다. 유입되는 달러와 지급할 달러를 상계(netting)하지 않고 각각 100% 헤지하는 전략이다. 그 수단으로는 선물환이 이용된다.

선박 수주 계약부터 인도까지는 통상 3년 정도가 걸린다. 그 기간동안 대금 입·출금 시기가 분산돼 있지만 대급 입금 계획(시기와 규모)과 자재 및 대금 지급 계획이 확정되기 때문에 수주시 100% 환헤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1억달러 선박을 수주하면 계약시점에 수주액의 20%인 2000만달러가 들어오고 9개월후(가정) 20%인 2000만달러, 그 이후 또 9개월후 20%가 들어오는 식으로 정확한 시기와 액수가 정해진다. 이렇게 되면 수주계약시 선물환 매도 액수와 만기가 바로 결정되고 당일 외환시장에서 처리된다. 수입대금의 지급(달러 결제) 구조도 이와 마찬가지다.

들어올 달러와 나갈 달러를 상계하지 않는 이유는 유입과 유출의 시기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초 유입대금과 월말 유출대금을 상계하게 되면 한달간은 일정부분 환리스크를 져야 한다. '환율로는 손해도, 이득도 보지 않겠다'는게 삼성중공업의 환관리 원칙이다.

그러나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수주시에는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을 감안, 어쩔 수 없이 2~3일에 나눠서 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외환시장의 기업들과 은행간 현물환 거래가 하루 100억달러 정도여서 10%에 해당하는 10억달러를 한꺼번에 쏟아내면 시장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업체인 삼성중공업의 이같은 100% 환헤지 전략은 자신감의 일환이다.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이익률이 낮아지지만 선주와 협상으로 원가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협상력이 제고되면서 결제 통화를 원화로 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환변동 위험을 고객인 선사에 전가해 환리스크를 원척적으로 없앤 것이다.



올해 2월 노르웨이 선주사와 북해투입용 FPSO(부유식 원유시추저장설비) 건조계약 금액 4억달러중 1억6000만달러는 미국 달러로, 나머지 58%는 원화 2220억원으로 계약했다.

이어 9월에는 유럽선사와 FPSO 1기와 1만2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 5척 등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전액 원화로 했다. 조선업계 100% 원화 결제는 사상 처음으로, 완벽한 환관리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금융파트에만 20년을 일해 온 김동설 부장이 환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환율이 내려가기 때문에 파는 것이 아니라 100% 환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선물환 매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조선업황과 관련, "조선업 경기가 다소 둔화되더라도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부가 가치 선종으로 차별화돼있어 성장세가 쉽게 둔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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