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조용한 '40주년 생일맞이' 왜?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7.12.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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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취임·자동차전문그룹 출범이 '진짜 생일'

"원래 기념일에는 그냥 조용히 쉬는게 직원들한테 가장 좋은 것 아닙니까."

현대자동차가 오는 29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통상 기업들은 5년에서 10년단위의 창립기념일을 맞으면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사사(社史) 발간과 함께 향후 비전 등을 발표하는 거창한 기념행사를 갖는게 일반적이지만, 현대차의 이번 '40세 생일맞이'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편이다.

그 흔한 창립 기념식조차 갖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차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4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갈 정도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창립 기념일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침 창립기념일이 휴무일인 토요일인데다 굳이 떠들썩하게 '자축'할만한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자금 사태의 여파가 아직 깨끗이 가시지 않은데다,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고비를 맞고 있는 만큼 떠들썩한 생일잔치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더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처럼 조용하게 40주년 생일맞이를 하는 다른 배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취임한 시기는 1998년 12월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옛 현대그룹에서의 계열분리 작업을 거쳐 2000년 12월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공식 출범했다.

고 정주영 회장과 고 정세영 회장을 거쳐 정몽구 회장에 이르기까지 현대차의 역사를 아우르면 창립 40주년이지만, '현대차그룹'으로 모양새를 갖춘 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아직 10주년이 채 안된 셈이다.

실제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정 회장 취임과 자동차 전문그룹 출범을 축으로 하는 98년~2000년을 실질적인 '생일'로 보는 기류가 더 강한 편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몽구 회장 취임 이후 10여년의 기간이 '글로벌 현대차'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자동차 전문그룹으로서의 가장 의미 있는 역사는 정몽구 회장 취임 이후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실제로 현대차의 수장으로 오른 뒤 '글로벌 경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룹의 본격적인 도약기를 이끌었다.

'현대 신화'의 서막을 연 고 정주영 회장이 1967년 12월 29일 현대차를 창립한데 이어 그의 동생인 '포니 정'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고 정세영 회장이 자동차 조립공장 건설과 함께 오늘날의 기틀을 닦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옛 현대그룹의 역사'와 '현대차그룹의 역사'는 다르다는 것이 내부의 보편적인 정서인 셈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정몽구 회장 취임이나 자동차 전문그룹 출범 이후의 역사가 짧은 편이라 별도의 기념행사를 갖지 않아 왔다"며 "하지만 앞으로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의 역사가 더 쌓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를 자축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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