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의 연체기록을 일괄삭제하겠다는 게 이 당선자의 공약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방안보다 더 '왼쪽'으로 기울어 있다. 심 의원은 개인파산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놨었다. 빚이 일부 탕감되긴 하지만, 과거에 빚을 제대로 갚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은 물리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신용불량자 대사면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빚 안 갚고 버티면 정부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심리가 생겨 신용질서가 어지러워진다는 얘기였다.
신용불량자에게 다시 금융거래 기회를 주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다른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대사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이 과거의 외환거래 내역을 모두 삭제해 달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연체기록 삭제는 은행더러 돈 빌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빌려주라는 얘기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신용불량자들의 거래내역을 순순히 말소할 지도 미지수다. 헛공약에 그친 DJ의 '농가부채 탕감' 공약도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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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볼 때 '신용불량자 구제'와 '신용질서 유지' 가운데 어느 게 중요한 지 이 당선자는 깊이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