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대출 재원이 줄어들었고, 제2금융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바젤II' 시행을 앞두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 몇년 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어 사채시장을 외면했지만 올해는 명동 등으로 많이 밀려오고 있는 추세다.
최근 중견 건설기업들의 부도로 인해 일부 금융사들이 움추러든 것도 중소기업들의 돈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중소기업들은 자금을 아예 확보하지 못하거나 구하더라도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적잖다.
◇'쩐주'(錢主)들도 몸사려= 명동 등 사금융권은 통상 이런 상황을 즐겼다. 우량 기업을 골라 상대적으로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어음할인의 경우 금리가 최고 월 4%까지 치솟는 기업이 있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고 최근에는 몇몇 건설기업들의 기획부도설이 도는 등 시장의 냉기가 예상 밖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교체되는 점도 시장을 몸사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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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까지 돈을 풀지 않겠다는 '쩐주'들이 많다. 이들이 소극적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2월까지는 어음할인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명동의 시각이다.
주식시장의 변동폭 확대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증시가 힘을 잃어가며 주식담보대출에 의존했던 상장업체들 역시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인데, 명동의 주식담보대출 금리는 평소보다 2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동시장 관계자는 "부동산·금융·기업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중소기업들과 개인 소비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서서히 밀려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