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산유국 사치가 키웠다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12.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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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국→수입국' 속출할 듯.. 국제유가 불안 요인

전세계 산유국들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가 급증, 국제 시장 공급 물량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함은 물론 인도네시아처럼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뀌는 나라들이 속출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방만한 에너지 관리 태도를 핵심 원인으로 지적했다.

◇ 5대 산유국 에너지 소비율, 급증



주요 산유국들의 석유 소비량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IBC 월드마켓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년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 노르웨이, 이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 5대 산유국의 국내 에너지 소비율은 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산유국의 석유 수출은 3% 감소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멕시코, 석유수출입기구(OPEC) 일부 회원국들의 에너지 소비율이 치솟고 있어 10년쯤 후 하루 250만 배럴의 수출 물량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3%의 위력은 대단하다. 베네수엘라의 파업으로 전세계 석유 공급량이 3% 감소했던 2002년 당시 불과 몇 주 만에 국제유가는 26% 급등했었다.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로 벌어 들인 막대한 오일달러를 국내에 풀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 라이스 대학의 석유 부문 애널리스트인 에이미 마이어스는 "국제 석유 시장의 핵심 공급원인 주요 산유국들이 5~10년 후 현재의 역할을 계속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중대한 위협이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려가 현실화한 좋은 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3년 전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2대 수입국인 멕시코도 현 추세라면 5년래 인도네시아의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 '석유를 물 쓰듯', 방만한 소비가 문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부의 증가'를 꼽는다. 산유국들이 막대한 오일달러를 경제 발전에 투자하면서 소득이 늘어난 국민들이 자동차 등의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



실제 러시아 농부들은 예전처럼 말을 타는 대신 4륜구동 차량을 몰고 다니며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운전면허를 채 따기도 전에 BMW를 구입하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석유 전문가인 찰스 맥퍼슨은 "산유국에서 운전 가능 연령층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구입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석유 공급 물량을 감소시키는 위험인자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석유를 '물 쓰듯'하는 산유국 국민들의 에너지 개념도 큰 문제. 예컨대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에어컨을 켜 둔채 몇주간 휴가를 다녀오거나 집안에 실내 스키장을 건설, 인공눈을 뿌려가며 스키를 즐기는 부유층들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이는 대개 정부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국내 유가가 지나치게 싼 탓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의 유가는 갤런(약 3.8L)당 30~50센트에 불과하고 베네수엘라는 이보다도 적은 겨우 7센트 수준이다.

◇ '친디아'(중국+인도) 수요 급증 "더 큰 문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 등 친디아의 엄청난 에너지 수요를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나섰다.



국제에너지구(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페이스 바이롤은 "산유국의 에너지 소비 급증은 원유 공급난을 초래할 2번째 요소일 뿐"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인도의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 소비"라고 진단했다.

그는 "20년 후 증산할 필요성이 발생한다면 모두 중국과 인도 때문"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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