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유통되는 자금이 수십조원에 이르지도 않는데 그 위상은 유지되고 있다. 비제도권에서 나오는 이같은 '힘'의 원천은 자금과 그에 따르는 정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각종 비자금 루머나 건설사들의 자금사정, 은행 거래업체들의 자금난 등은 명동의 정보가 상당히 신속하고 정확할 때가 많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은 건설업체들이 추가자금을 구할 때 십중팔구 명동을 찾는다.
하지만 명동이 무턱대고 자금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리스크가 큰 탓에 보다 철저히 정보를 수집한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자금을 내준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은밀한' 재무상황을 알게 된다고 한다.
◇'불량' 정보도 많아=명동에는 자금난과 같은 '불량'정보가 집결된다. 다른 곳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해결 방안을 찾으려 명동을 찾는 탓에 나오는 것이다. 최대주주의 횡령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횡포, 경쟁업체의 비리 등 귀에 솔깃한 정보가 많다.
최근 A씨는 감정가 250억원대 스포츠센터를 설립하면서 저축은행 2곳에서 자금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그는 재산이 많았던 탓에 그간 별 문제를 삼지 않았으나 이혼소송에 휩싸여 금전적인 타격을 받게 되자 저축은행 수수료를 돌려받기로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A씨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명동. 그는 명동 인사들과 만나 저축은행의 횡포를 털어놨고, 저축은행 내부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런 정보는 급속도로 유포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