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잠재력 브릭스도 능가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7.12.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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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이젠 아세안이다

언제부터인가 제주도를 밀어내고 신혼여행지와 휴가지의 지존 자리를 꿰찬 동남아시아. 열대의 태양이 작열하는 코발트 빛 바다와 저임금의 노동자들을 연상케 하는 동남아시아가 최근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에겐 그저 휴가지와 값싼 노동력의 공급처 정도로만 인식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웬만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을 능가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시장이다. 40년전 결성된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Nations)이라는 지역 공동체에 가입된 10개국의 인구는 무려 5억5800만명을 넘는다.



인구 기준으로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번째 시장이다. 인구 2억명을 넘는 대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8000만명이 넘는 필리핀과 베트남, 6000만명대의 태국까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만 4개국이 된다.

◇ 1인당 GDP 1500달러 수준..그러나 성장률은



인구가 적은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한 나라들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몇백달러에서 몇천달러 수준이지만 잠재력은 무한하다는 평가다. 2005년 기준 아세안 10개국 평균 1인당 GDP는 1583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베트만의 1인당 GDP는 635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연 8%가 넘는다. 베트남은 2002년부터 3년간 7%대 성장을 하더니 2005년과 2006년에는 8%가 넘는 성장률을 연속으로 기록했다.

아세안, 잠재력 브릭스도 능가


아세안 국가 전체적으로도 최근 5년간 연평균 5%가 훌쩍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세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2002년 4.8%에서 2003년 5.4%, 2004년 6.1%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5년 5.6%로 잠시 조정을 보이다 2006년 5.8%로 성장률이 다시 높아졌다.


이 지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무려 38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투자도 활발하다. 아직 싱가포르에 200억달러가 몰려 있지만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머징 국가들이라 싱가포르를 제외하곤 아직 투자등급은 낮다. 그러나 그만큼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무디스로부터 Aaa 등급을 S&P와 피치(FITCH)로부터 AAA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투자등급은 무디스로부터 A3, S&P와 피치로부터 A+를 받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태국이 S&P와 피치로부터 A를 받고 있는 것을 제외하곤 B급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 지속적 경제여건 개선과 높은 성장 잠재력

전형적인 중후진국들의 연합체지만 지속적으로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점이 아세안에 선진국 투자자들이 입맛을 다시는 가장 큰 매력 요소다. 아세안 국가들은 과거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꾸준히 외환보유고를 증대시켰다. 정부 재정 건전성을 향상시켜 경제 위기 대응력도 향상됐다. 우리나라에게도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외환위기와 IMF 관리체제의 악몽이 이들의 건전성을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아세안, 잠재력 브릭스도 능가
아세안 주요국가의 외환보유고 현황을 살펴보면 싱가포르가 2000년 800억달러에서 2006년 1400억달러 수준으로 늘린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가 300억달러대에서 800억달러로 늘리는 등 6년동안 외환보유액이 2배 안팎으로 늘어났다. 태국은 300억달러대에서 600억달러대로 인도네시아는 300억달러대에서 400억달러대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했다.



외환보유액 증가의 1등 공신은 해외투자자금의 지속적 유입이다. 경제개선 전망이 개선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해외투자자금 유입규모는 1997년 아시아통화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등에 따르면 OECD 국가의 평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80% 수준인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그 절반 수준인 40%에 불과하다. 말레이시아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40% 중반 수준이었다. 아세안 국가 중 필리핀이 OECD와 같은 수준인 80%의 정부부채비율을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30%대로 인도네시아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아세안의 투자 매력도를 더하는 것은 이들 국가들이 젊다는 것이다. 아세안 지역은 65세 이상 노년 인구의 비율이 낮고 앞으로 경제성장을 이끌 15세 미만의 인구구성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15세 미만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을 차지한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4%대 내외에 불과하다.



◇ 주식시장 시총, 코스피 능가

선진국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세안국가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을 능가할 정도다. 올 2월28일 기준 아세안 국가들의 시가총액은 9180억달러로 코스피를 앞질렀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가 '이제는 아세안이다'며 이 지역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의 주가수준은 지속적인 기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인도시장과 비교해 높지 않다는 게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아시아 각국 증시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를 살펴보면 2007년말 기준 중국 상하이 증시가 35.7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일본 증시가 18.3, 인도증시가 17.1을 기록 중이다.



반면 아세안 5개국(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PER 평균은 15.3에 불과하다. 태국은 10.2, 인도네시아는 13.0 수준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2007년말 기준 EPS 증가율이 28.3%로 중국 상하이 증시의 16.0%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주요 주식시장에 비해 높은 분산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세안 시장의 장점이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 주식시장은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전세계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0.4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브릭스 국가인 인도와 중국, 러시아는 0.5가 넘고 브라질은 무려 0.7이 넘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에서 그만큼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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