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옥, 핑크 디바가 전한 흥분과 설레임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7.12.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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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옥과 함께하는 '2007 머니투데이 송년음악회' 대성황

▲ '과연 디바' 1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07 머니투데이 송년음악회에서 신영옥은 아르디티의'입맞춤'과 도니제티의'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신영옥은 이날 1부에서는 올블랙의 인어드레스를, 2부에서는 진분홍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나와 패션에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바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과연 디바' 1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07 머니투데이 송년음악회에서 신영옥은 아르디티의'입맞춤'과 도니제티의'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신영옥은 이날 1부에서는 올블랙의 인어드레스를, 2부에서는 진분홍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나와 패션에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바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12월의 첫 날 ‘신영옥과 함께 하는 2007 머니투데이 송년음악회’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신영옥은 숨고르기를 조금 길게 하는 듯 했다. 무대에서는 어쩐지 쉽게 터트리지 못하는 조심스러움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결의 목소리는 단연 돋보였다. 그는 첫 곡이었던 들리브(L. Delibes)의 ‘까딕스의 처녀들(Les filles de Cadix)’에 이어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스완(Swan)’과 하덕규의 ‘한계령’까지, 소프라노가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의 '숭고함'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줬다.



하지만 감색이 도는 흑빛 머메이드 드레스의 '디바(diva)'는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 중 ‘하바네라(Habanera)’에서조차도 드라마틱한 열정에 휘감기기보다는 수줍게 안으로 파고드는 듯 했다.

신영옥의 카르멘은 관능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했다. 목소리는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고 물 속에서 유영했다.



‘디바’다운 면모는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로 시작되는 2부의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부터 발휘됐다. 신영옥은 이 캐롤 메들리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오르다 드레스를 밟아 넘어질 뻔 했다. 1부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진분홍 오프숄더 드레스였다.

그는 멋적고 놀란 듯 쉽게 곡을 시작하지 못하고 멈칫했지만 관객들의 더 큰 박수 속에 곧 노래를 시작했다. 작은 실수가 2000여명의 관객과 무대 사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긴장감을 녹였다.

메들리가 이어지는 동안 신영옥은 몸을 조금씩 흔들며 오케스트라를 돌아보고 웃는 등 생기를 되찾았다. 징글벨이 끝나자마자 그는 관객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누구보다 큰소리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했다.


본 무대 마지막 곡이었던 아르디티(Arditi)의 '입맞춤(Il Bacio)'에서 신영옥은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설레임과 황홀함이 뒤섞인 여인의 마음을 두려움 없이 뿜어냈다.

▲ 이날 연주를 담당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같은 대중적이고 친근한 곡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신영옥과 인사를 나누고있는 박상현 지휘자 (오른쪽).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이날 연주를 담당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같은 대중적이고 친근한 곡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신영옥과 인사를 나누고있는 박상현 지휘자 (오른쪽).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이 날 공연에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로시니(Gioachino A. Rossini)의 ‘세빌리아 이발사(IBarbiere di Siviglia)’ 서곡, 마스카니(P.Mascagni)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간주곡, 모차르트(W.A. Mozart)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과 같은 귀에 익고 대중적인 곡을 선곡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예전에 비해 풍부해진 질감의 현악이 연주하는 곡들은 한결 정갈했다.

특히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은 맑은 대기 속에 앉아 반짝이는 강물을 보는 듯한 투명한 느낌으로 색다르게 잘 살려냈다.

▲ 여성팬을  몰고다니는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은 1부에서 '비밀의 정원'을, 앵콜곡으로는 It's Impossible을 신영옥과 함께 불렀다. 1부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불러 환호를 받고있는 임태경(왼쪽)과 신영옥.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여성팬을 몰고다니는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은 1부에서 '비밀의 정원'을, 앵콜곡으로는 It's Impossible을 신영옥과 함께 불렀다. 1부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불러 환호를 받고있는 임태경(왼쪽)과 신영옥.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최근 뮤지컬 ‘스위니토드’와 드라마 ‘로비스트’ 주제곡을 부르기도 한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환호를 받았다.



여성팬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는 임태경은 1부에서 신영옥과 시크릿 가든의 ‘비밀의 정원’ 듀엣곡으로 인사한 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으로 1부 클라이맥스의 주인공이 됐다. 오케스트라의 음량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성량으로 박진감 있는 무대를 보여줬다

'꽃미남' 첼리스트 송영훈은 2부 순서에 등장해 인상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신영옥과 함께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의 '아베마리아(Ave Maria)'와 빌라 로보스(Villa-Lobos)의 ‘브라질 풍 바흐 5번 아리아(Bachianas Barasileiras No.5 -Aria)’를 연주한 송영훈은 호흡을 가다듬어 가며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가 남긴 감정의 틈새를 파고들어 중심을 잘 잡아나갔다. 관객들의 박수 실수가 거푸 일어났으나 연주의 흐름을 깨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포레(Faure Gagrel)의 엘레지(Elegie)에서는 격정적이면서도 장엄한, 파워풀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 탁월한 연주를 들려줬다. 송영훈의 첼로는 악기라기보다 그의 몸 일부처럼 감정과 느낌에 따라 그와 같이 움직이며 흐느끼고 흥분했다.

▲ 기아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신영옥의 '시간'을 구매한 성악과 출신의 3명이 신영옥과 함께 무대위로 올라와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들려줬다.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기아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신영옥의 '시간'을 구매한 성악과 출신의 3명이 신영옥과 함께 무대위로 올라와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들려줬다. ⓒ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2부에서는 기아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신영옥의 '시간'을 구매한 성악과 출신의 3명이 신영옥과 함께 무대위로 올라와 '세자르 프랑크(Cesar Franck)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을 들려주는 색다른 무대도 연출됐다.

이 날 마지막 곡이었던 ‘입맞춤’ 에 관객들이 앵콜을 요청하자 신영옥은 임태경과 만자네로(Manzanero)의 ‘It's Impossible’을 듀엣곡으로 불렀다. 연이은 커튼콜에는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중 '광란의 아리아'로 화답했다.



이 곡을 부르며 그는 연주회 내내 앞에 두며 눈길을 줬던 악보대를 갑자기 옆으로 옮겼다. 동작은 더 없이 화려했고 감정은 오페라의 주인공과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이었다. 겨울 얼어버린 물 속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시원하고 청아한 힘이 매순간 배어나왔다.

요정처럼 여신처럼 노래하던 신영옥은 이 곡이 끝난 뒤 객석 멀리까지 손 키스로 우아한 끝인사를 보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감흥이 사그라들지 않은 관객들은 한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의 로비를 서성였다.



설레임과 열정, 그리고 애틋함의 여운이 오래갔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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