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와인시장 초고속 질주하고 있는데…

임헌봉 하이스코트 상무 2007.11.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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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와인시장 초고속 질주하고 있는데…


세계 와인산업 지도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 강세지역인 프랑스, 이탈리아에 맞서 칠레, 미국, 호주, 남아공 등 신흥국들이 힘을 키우는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신흥 세력은 비슷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통적 강호들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지난 2006년 기준 국가별 와인소비량을 보면, 프랑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칠레, 3위는 미국 등의 순이다. 프랑스인들에게 포도주는 한국인의 진로‘참이슬’소주와 같이 그 자체로 ‘생활’인 셈이다.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와인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고가 와인 판매가 늘고 있는데 미국, 캐나다 등 북미 국가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에서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로 더욱 유명해진 ‘에세조 로마네 콩티’나 하이스코트에서 수입하고 있는 ‘클로부제’와 같은 부르고뉴 와인이나 ‘샤토 무통 로칠드’ 등 보르도 5대 특급 와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린다.



이처럼 세계 와인시장이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와인소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맥주와 소주 등 국내 주류산업이 저성장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유독 와인만은 고속 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9년 이후 8년째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32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와인시장은 280여개의 수입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10년내 1조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가히 엄청나게 폭발적인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와인은 이미 ‘특별한 날’에 찾는 ‘특별한 술’이 아니다. 웰빙 바람과 저도주 트렌드가 심화되면서 ‘생활의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기간에 국내에서 와인이 하나의 바람처럼 뿌리를 내린 원인은 무엇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국인의 1인당 와인소비량은 0.59리터에 달했다. 2001년 0.28리터였으니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10년내 1인당 1리터를 넘어설 것 같다.

최근 들어 굴지의 대기업들이 새롭게 와인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비롯됐다. 기존 주류업체들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서둘러 와인 사업 쪽에 인력을 확대하고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하이스코트가 올 들어 와인사업 전담팀을 구성하고 프랑스, 미국, 칠레, 호주 등 전 세계 주요 와인산지의 고급 와인들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한국산 토종와인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1965년 ‘양곡관리법’의 시행에 따라 기회를 잡는 듯 했는데, 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양곡관리법은 쌀과 같은 곡류 원료를 사용하는 주류 제조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대안 중 하나로 양조용 포도재배를 장려했다.

특히 1974년부터 정부에서 대기업에 대규모 포도 단지 조성과 와인 공장 건설을 권고했고 1980년대 들어 와인생산이 본격화 됐다. 하지만 1987년 단행된 와인시장 수입개방은 토종 와인에 결정타가 됐다. 특히 주류수입면허가 민간업자에 허용되면서 수입 와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아쉬움이다. 토종 와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배려가 일찌감치 있었다면 지금쯤 그 과실을 우리 농민들이 가져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전 세계가 와인농업을 국가 산업으로 바꿔놓고 있을 때 우리만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FTA로 연일 시름을 앓고 있는 농민들의 보면서 든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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