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과 고승덕 전략기획팀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시점은 1999년 초"라고 밝힌 이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이 후보는 김씨와의 처음으로 대면한 시점이 "2000년 1월"이라며 1999년 4월 설립된 BBK와의 무관함을 강조해 왔다.
▲ 한나라당이 21일 공개한 김경준씨가 이명박 후보에게 보냈다는 친필메모. '2/7 meeting'은 김씨와 이 후보가 2000년 2월7일 처음 만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김씨의 친필메모라며 공개된 자료에는 △ '2/7 meeting w/김백준 회장님'이 서두에 적혀 있고 서툰 한글과 영어가 섞여 △ 회사 도메인은 'ebank-korea' △ 이명박씨도 대표이사를 원한다(이명박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 △ 초기 자본금 20억 △ 정관에 김경준과 이 후보 또는 대리인이 참석해야 유효하다는 규정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 김경준씨가 2000년 2월9일 이명박 후보에게 보냈다는 사업제안 내용을 담은 편지.
이와 함께 날짜 '2000년 2월9일', 발신자 'Kyungjoon(KJ) Kim(김경준)', 수신자 '이명박 회장님'으로 돼 있는 사업 제안서도 함께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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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팀장은 "이 후보가 2000년 전부터 BBK에 관여했더라면 사무실을 같이 썼을 텐데도 메모와 편지를 보낸 것만 봐도 둘 사이에 접촉이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 후보와 BBK가 무관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초 사업 제안 시점과 LKe뱅크 설립 시점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란 지적이 일었다.
이 후보와 김씨는 2000년 2월18일에 설립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이 후보와 김씨의 첫 만남이 2000년 2월 초라면 짧게는 불과 보름, 길게는 한 달 만에 당시에는 신사업이었던 사이버 금융 회사를 설립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고 팀장의 말에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2000년 2월이 "이 후보와 김씨가 '비즈니스상(사업상)' 처음 만난 시점"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99년 말 귀국했다. '사업상' 공식 만남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2000년 이전에 김씨와 만나 얼마든지 사업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뜻이다.
김씨의 친필메모에 연도없이 날짜(2/7 meeting)만 적혀 있는 점도 의문이다. 고 팀장은 "2월9일 사업제안 편지와 내용이 연결되므로 친필메모는 2000년 2월7일이 맞다"고 해명했다.
홍 위원장과 고 팀장은 기자들의 여러 지적과 질문이 봇물처럼 이어지자 간담회를 서둘러 마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