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60조 포스코, 용광로의 열기를 느끼다

광양=증권부 2007.1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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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견문기]①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인기 드라마 '주몽'과 '태왕사신기'에는 '쇠'를 다루는 인물이 주인공을 도와 강력한 발전을 이룬다. 고대시대 우수한 철기를 만드는 능력은 곧 국력이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에서 10대 경제대국을 넘볼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포스코의 공이 컸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포스코가 질좋은 철강제품을 싼값에 공급해 조선 철강 자동차 가전 등 다른 산업들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철은 산업의 기초소재이자 국가발전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열연공정. 이곳은 철을 다듬고 때리며 철다운 기운을 알뜰히 솟아나게 한다.  <br>
▲열연공정. 이곳은 철을 다듬고 때리며 철다운 기운을 알뜰히 솟아나게 한다.


한국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던 포스코가 올해는 그 활약무대를 증시로 옮겼다. 지칠 줄 모르는 기관차처럼 거침없는 랠리를 거듭하며 황제주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급기야 시가총액도 60조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지수 2000 시대를 이끌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둘러보는 관점은 "이런 활약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였다.



1981년 부지를 선정하고, 6년 후인 1987년 1기 설비를 종합준공하며 생산을 시작한 광양제철소는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 규모를 뽐낸다. 초기 매립면적만 여의도의 5배가 넘는 456만평이고, 확장부지와 주택단지 등을 포함해 총 588만평에 달한다. 6400여명의 직원이 4조 3교대로 근무하며 연간 1740만톤(2006년 기준)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선공정. 콸콸 뿜어지는 쇳물이 태양처럼 이글거렸다.▲제선공정. 콸콸 뿜어지는 쇳물이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광양제철소는 그 놀라운 규모에서 시선을 압도했지만 의외로 섬세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온통 나무와 잔디로 둘러싸여 있었고 공장 설비들도 세심한 명장의 손길을 거친 듯 정교했다.

두꺼운 철이 열연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얇은 철판으로 다시 태어난다. 벌겋게 달아오는 쇳판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며 점점 더 갸냘퍼질 때 수증기는 푹푹 솟아오르고 맥박이 덩달아 뛴다.
▲바다에서 바라본 포스코 전경▲바다에서 바라본 포스코 전경
광양제철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역사 그 자체다. 진흙뻘밭에 육중한 공장을 짓기 위해 첨단 공법을 도입했다. 40cm의 모래기둥을 촘촘히 박아 모래가 진흙의 수분을 흡수하도록 했다. 이 같은 공법은 우리나라 최초로 실행된 것으로 이후 인천 국제공항 등에서 이 공법을 도입, 활용했다.



기자들은 광양제철소를 방문하기 전 옛 선조들의 대장간을 떠올렸다. 쇠를 달구고 땅땅 소리내며 담금질하는 광경을 말이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광양제철소는 첨단 공법과 기술이 집약된 사이버 공간처럼 여겨졌다. 공장 내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웠다. 미래의 첨단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소는 24시간 불이 밝혀져 있고, 통제실 CCTV를 통해 공장의 모든 생산과정들이 관리되고 있다.

복잡함 속에 단순함이 배어있다고 할까. 철강석과 석탄(코크스)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그것을 롤러로 밀어 얇은 강판을 만든다. 어찌보면 단순한 과정이다. 하지만 광양제철소는 이 단순한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3분기까지 3조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가능케 한 것은 24시간 움직이는 광양제철소의 아름다운 철강제조 방법에 있었다.

포스코는 무거운 쇳덩이의 이미지를 벗어나 친환경 이미지,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고 있었다. 용광로에서 갓 나온 철물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데, '광양(光陽)'이란 지역이름과 딱 들어맞는다. 열연강판은 고로를 거쳐 프레스에 눌리고 찬물에 식혀지며 형태를 갖추어 가는데, 섬진강에서 남해로 가는 길에 세워진 에펠탑처럼 예술적인 철로 바뀐다.


공장 녹지에서는 금방이라도 고라니가 튀어 나와 노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친환경을 향한 포스코의 노력은 딱딱한 철 공장을 녹지지대로 바꿔 놓았다.

포스코는 철에 대한 진부한 편견, 철에 대한 일반인의 무관심을 따뜻한 사랑으로 바꿔왔는데, 광양제철소를 둘러보며 그 커다란 야망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홍보관에서 기자들과 포스코 직원들이 환히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홍보관에서 기자들과 포스코 직원들이 환히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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