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씨천하' 한나라, 분란중심에 모두 '李'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1.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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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회창 갈등에 보수분열..이재오·이방호, 朴측 '공적' 멍에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 그리고 이재오 최고위원에 이방호 사무총장까지"

연일 신문지면을 도배하며 정국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들이다. 모두 한나라당 소속에 공교롭게도 성이 '이씨'다.

공통점은 또 있다. 이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함수관계가 올 12월 대선 구도에 한나라당발(發) '불투명성'을 적잖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판이 '이씨천하(李氏天下)'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법도 하다.

당의 공식 대선 주자인 이 후보와 당을 만들고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이 전 총재는 불과 며칠 사이에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바뀌었다.



이 전 총재는 7일 이 후보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지지율 1위 후보로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던 이 후보에겐 느닷없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내부의 적'과 대면한 이 후보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정치권 안팎에선 '李·李(이명박·이회창)' 갈등 기류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전 총재가 오래전부터 이 후보에게 섭섭함을 갖고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실례로 이 후보가 2005년 10월 한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전 총재를 비교했던 게 갈등의 뿌리라는 설이 있다. 이 후보는 당시 "솔직히 인간적으로 노무현이 더 맘에 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지난 8월 말 경선에서 승리한 이 후보와의 만남을 돌연 취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총재와 이 후보와의 운명적 결별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미다.



이 최고위원과 이 사무총장도 현재의 어지러운 당내 상황에 '일조(?)'했다. 이 후보의 '복심'이자 사실상 당내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갈등으로 이 후보의 입지를 좁혔다는 '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후보에겐 이 전 총재와의 경쟁 관계에서 박 전 대표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을 겨냥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덩달아 이 전 총재에 대응할 유일한 대응책인 '이박제창(以朴制昌)'을 어렵게 했다. 결국 박 전 대표측의 강력한 사퇴 압박으로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선대본부장을 맡아 선거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이 사무총장도 다르지 않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이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2002년 불법대선 자금' 문제를 재론했다. 쓰고 남은 대선자금 용처를 추궁하며 '진실'이 담긴 수첩이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전 총재를 '설득'하려던 이 후보의 계획과 '엇박자'가 빚어졌다. 당장 당내에서는 이 전 총재를 자극해 출마 명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정권교체를 저해하는 발언에 책임을 지라"며 이 최고위원과 함께 사퇴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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