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도 '더블캐스팅', 혼합복식전 개막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7.10.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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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최재천 vs 박형준 나경원, 출신따라 스타일 뚜렷

대변인을 빼놓고 정치를 논하기 어렵다. 정당도 대선후보도 대변인을 통해 말한다. 자연히 대선후보뿐 아니라 그들의 대변인에게도 관심이 간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정동영의 '입'이 결정됐다. 한나라당과 한판 결전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은 셈인데 그 면면을 한나라당 대변인과 비교해보면 꽤 흥미롭다.



우선 양쪽 모두 혼합복식조다. 남여로 구성된 공동대변인 체제란 얘기다. 신당에선 김현미 최재천 의원이 정 후보의 대변인으로 낙점됐다. 김 의원은 정 후보 경선캠프부터 대변인을 맡았고 최 대변인은 새로 합류했다.

한나라당엔 박형준 나경원 의원이 공동대변인이다. 나 의원은 2006년 7월부터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은 '간판스타'. 박 의원은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한 이 후보 최측근이다.



ⓒ머니투데이ⓒ머니투데이


재밌는 건 이들의 출신이다. 그에 따라 대변인 스타일이 확 다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판사 출신. 부산·서울지법 판사를 거친 뒤 이회창 후보 여성특보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었다.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신랄한 비판을 퍼부을 때도 여간해선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이런 스타일이 의아했던 이들은 '판사 출신'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박 대변인의 대변인론(論)은 "철저히 논리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 기자, 대학교수,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출신이란 경력이 말해주듯 그의 논평은 논리적이고 차분하다. 여간해선 흥분하지 않는다는 점도 나 대변인과 공통점.


두 사람 모두 공격보다는 방어에 적합한 인물이란 점에서 한나라당의 대변인 인선은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이 후보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공세를 앞장서 막아내고 반격하기에 좋단 얘기다.

이에 비해 신당 대변인들은 공격형이다. '맹렬함' '저돌적' '도발적'이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 김현미 대변인은 타고난 논객 체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 의원은 요주의 인물. 그와 한 판 붙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벌개져서 나간다. 열혈 운동권 출신에 정당 생활을 오래 한 데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열린우리당 상황실장을 지낸 만큼 정치 감각도 뛰어나다.

최재천 대변인은 한나라당 나 대변인에 대한 맞춤인선이란 평이다. 변호사 출신이기 때문. 논쟁에 강하다. 2003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 청구를 맡는 등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도 경쟁력(?)이다.

방대한 독서량은 최재천식 논평의 특징을 만든다. 대변인이 된 뒤 첫 논평에선 김삿갓의 사연과 링컨 미국 전 대통령의 명언을 인용했다.
그런데 대변인을 굳이 두명씩 두는 이유는 뭘까. 일단 '공급'과 '수요'가 넘치기 때문. 대선시즌을 맞아 수없이 쏟아지는 이슈와 논평, 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 등은 혼자서 감당하기 벅찬 일이다.



요일별로 역할을 나누거나 분야별로 특화, 각 대변인의 체력을 배려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도 더블캐스팅의 효과다.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울 경우 빈 곳을 급히 메우는 '커버플레이'가 가능한 것도 장점.

다만 "역할 분담이 뚜렷하지않아 헷갈린다"거나 "같은 사안을 놓고 공동대변인끼리 말이 엇갈리기도 한다"는 현장의 지적은 숙제로 남는다. 파트너끼리 호흡이 잘 맞아야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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