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사상최고-달러는 사상최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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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 급등 원인은 약달러

유가는 사상최고-달러는 사상최저


'유가는 사상최고 달러 가치는 사상최저'

글로벌 경제에 위협이 될 만한 악재들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연일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달러 가치 급락은 터키의 북부 이라크 유전지대 침공 위협 등 지정학적 위기와 더불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 달러/유로 1.43달러 상회…유가 90달러 돌파

18일(현지시간) 달러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과 동시에 유가는 사상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 고지를 밟았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분 유가는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2.37%(2.07달러) 급등한 배럴당 89.47달러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WTI 유가는 곧바로 이어진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90.02달러를 기록하며 전인미답의 신천지에 올라섰다. 유가는 최근 1년간 55% 급등하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최근 고유가의 원인에는 복합적인 사안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최근 유가 시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인은 △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 지정학적 위험 고조 △ 달러 약세 지속 등 3가지로 파악된다.


투기세력과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를 지지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원유 매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증대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추가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를 더욱 가속화시켜 유가 상승에 새로운 원인을 제공한다.

터키 정부가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에 있는 쿠르드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이란 지정학적 위기감 고조도 유가 급등에 기여하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를 지칭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세계 3차 대전' 발발 가능성 언급도 지정학적 위기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달러 가치 하락, 유가 상승 일등 공신

그러나 무엇보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달러 가치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6% 떨어진 1.429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4310달러를 기록하며 장중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계 기준 유가는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된다. 그렇기 때문에 산유국들은 달러 가치 변동에 민감하다.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면 유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 도달하는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달러 가치가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유가 상승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치는 최근 3년간 주요통화에 대해 40% 가량 급락했다.

최근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3년전에 비해 산유국들이 실제 얻은 이득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증산에 적극적이지 않다.

또 원유거래 기축 통화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변경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WTI 유가는 올들어 달러 기준으로는 46% 상승했지만, 유로 기준으로는 35% 오르는데 그쳤다.



뉴욕 소재 원유 트레이등 기업인 MF 글로벌의 존 킬더프 부사장은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며 "이미 시장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오를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메론 하노버의 피터 뷰텔 사장은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 하락은 원유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실제 유가 상승 효과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가 올라가야한다"고 분석했다.

OPEC 국가들도 달러 가치 하락이 고유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차킵 케릴 알제리 석유장관은 지난 15일 "유가 상승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OPEC 국가들이 유가 급등에도 증산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되고 있다. OPEC은 오는 11월 1일부터 하루 50만배럴의 추가 증산에 나설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증산분은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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