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신 수출품, '증시 급등'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1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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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증시 랠리에 중화권 및 亞증시 일제 랠리

중국 증시의 비이성적 주식 투자 열기가 홍콩으로 수출됐다.

홍콩 항셍지수는 중국 정부가 내국인의 홍콩 직접 주식 투자 허용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처음 보도된 지난 8월 20일 이후 이달 11일까지 40% 급등했다. 올 들어 상승률이 43%인 점을 보면 얼마나 강력한 호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직까지 시행 시기나 허용 규모 등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곧 빗장이 풀린다는 기대감만은 팽배해 있다. 중국은행은 10일 2000억 달러의 대륙 자금이 홍콩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왁자지껄한 주식시장(raucous stock market)'이 중국의 최신 수출품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 열기는 전 아시아 시장의 랠리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121.02% 올랐고 선전지수는 178.82% 올라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을 선두로 국내 코스피지수는 43.53%, 인도 선섹스지수는 35%,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는 30.8% 상승했다.

증시 급등으로 신고가 행진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해 새 역사를 열었고, 선섹스지수는 1만8000포인트를, 항셍지수는 2만9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 기간 유일하게 하락한 아시아 증시는 선진국 지수로 분류되는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다. 닛케이지수는 연초 대비 0.2% 하락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주로 값싼 제조품의 생산과 수출 기지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 발전을 통해 축적한 자본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채권 금리가 오랜 기간 낮았던 것도 중국 은행들이 미 국채와 기업 채권을 안전 자산으로 여겨 투자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 정부가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2조2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개인 은행 예금의 방향이 결정된다. 현재 상하이와 선전 등 본토 증시가 과열될 대로 과열됐기 때문에 홍콩 투자의 문을 열어주는 것은 중국의 자산 버블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는 홍콩만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투자 길목을 다른 곳으로 열어줬을 때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아직 내부적으로 금융 산업이 미비한 중국이 자본력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우량 중국 기업 지수인 H지수는 8월 20일 이후 60% 상승했다. 공상은행(ICBC)은 8월 20일 하루 동안만 9.6% 급등했고 이후 전날까지 무려 40%나 올랐다. 상하이에 상장된 공상은행 주식은 같은 기간 2.3% 오르는데 그쳤다. 공상은행은 이 발표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 주식에 비해 홍콩 주식 가치가 크게 낮았지만 할인율은 51%에서 16%로 급격히 축소됐다.

이머징마켓 투자전문가인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매니저는 "홍콩 주식이 단기간 급등한 것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주가의 밸류에이션 개념에 약한 중국인들에게 홍콩은 또 다른 도박 장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소재 APAC캐피털어드바이저의 켄 루 이사는 지금 홍콩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중국화'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주식들이 본토에 비해 상당 수준 할인돼 있었지만 직접 투자 허용을 계기로 본토 주식화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홍콩 H주들은 중국 정부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다른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이제 한 팀에서 뛰는 선수들인 것 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여전히 두 증시는 시스템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풀브라이트증권의 프랜시스 룬 이사는 "홍콩 시장은 더 이상 홍콩 뉴스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본토 소식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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