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클라리넷, 프뢰스트에 반하다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7.10.0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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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가을음악회... 1600여 관객 "브라보!!"

한창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의 첫 주말, 훤칠한 키와 빛나는 금발을 가진 35세의 북유럽 아티스트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모인 1600여 관객은 넋을 잃었다.

▲ 황홀한 기교와 현란한 무대매너로 예술의 전당 1600여 관객을 반하게 만든 클라리네티스트 마틴 프뢰스트. 그는 6일 열린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가을음악회에서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만큼 뛰어난 연주실력을 선보였다. 관객은 6번의 커튼콜로 그의 열정적 연주에 화답했다. ⓒ서울시향 제공.▲ 황홀한 기교와 현란한 무대매너로 예술의 전당 1600여 관객을 반하게 만든 클라리네티스트 마틴 프뢰스트. 그는 6일 열린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가을음악회에서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만큼 뛰어난 연주실력을 선보였다. 관객은 6번의 커튼콜로 그의 열정적 연주에 화답했다. ⓒ서울시향 제공.


스웨덴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마르틴 프뢰스트. 6일 열린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가을음악회(제임스 저드 지휘)에 협연자로 나선 그는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놀라운 '발견'의 기쁨을 선사했다.



이지적인 얼굴에 가늘고 긴 팔다리까지 배우 못지않은 외모를 겸비한 프뢰스트는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객석의 열정적인 환호와 박수에 휩싸였다.

하지만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 연주가 시작되자 객석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프뢰스트는 1부에서는 플룻보다 섬세한 선율로, 2부에서는 색소폰보다 중후한 느낌으로 클라리넷의 다채로운 음색을 끌어내며 호흡 하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연주를 보여줬다.



거기다 무대에서 마치 한마리 새처럼, 악기와 한 몸인 듯 경쾌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거의 파격에 가까웠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발끝을 올려세우며 동선을 바꿔가는 역동적인 무대 매너가 몸에 밴 듯 자연스러웠다.

황홀한 기교와 배우같은 화려한 무대매너로 자신을 닮은 가늘고 긴 이 목관 악기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프뢰스트. 이날 클래식 팬들은 귀만이 아니라 눈까지 호사하는 행복한 경험을 했다.

▲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선보인 마틴 프뢰스트는 한 마리 새와 같은 경쾌하고 현란한 무대 매너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 서울시향▲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선보인 마틴 프뢰스트는 한 마리 새와 같은 경쾌하고 현란한 무대 매너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 서울시향
이날 프뢰스트는 무려 6번의 커튼콜의 받았다. 앵콜곡으로는 베니 굿맨에게 헌정하기 위해 프뢰스트가 직접 만든 카덴차, 바흐의 평균율을 주제로 한 '구노'의 '아베마리아' 에덴 아베즈의 'Nature boy' 를 차례로 올렸다.


짧고 강렬한 카덴차도 인상적이었지만 앵콜에 대한 화답으로 무대에 오르는 첫걸음부터 한걸음씩 내딛으며 시작한 '아베마리아'는 프뢰스트가 왜 극찬을 받는 연주자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보여줬다. 한 호흡 한 호흡 조심스러우면서도 물흐르듯 이어지는 그의 '평균율' 연주 위로 오케스트라 현악 파트의 '아베마리아' 가 덮였던 이 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 6일 제임스 저드의 지휘로 열린 서울시향과 함께한 머니투데이 가을 음악회는 본 윌리엄스의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의한 환상곡' 쳄린스키의 '인어공주'등 낭만이 넘치는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을 맛볼수있는 좋은 기회였다. ⓒ서울시향 ▲ 6일 제임스 저드의 지휘로 열린 서울시향과 함께한 머니투데이 가을 음악회는 본 윌리엄스의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의한 환상곡' 쳄린스키의 '인어공주'등 낭만이 넘치는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을 맛볼수있는 좋은 기회였다. ⓒ서울시향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를 겸한 이번 음악회는 전체적으로는 소년다운 발랄함과 구도자적 명상이 공존한 자리였다.



프뢰스트가 경쾌하고 감각적인 연주를 들려줬다면 음악회 첫곡으로 무대에 올려진 본 윌리엄스의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경건한 기도와 같은 선율로 가을의 낭만을 물씬 느끼게 해줬다.

무대 중앙에 연주자가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섬세한 현악소리... '더블스트링'편성에 의한 이 환상곡은 무대뒤에 숨어있는 또다른 현악 합주군의 연주로 메아리 치는듯한 울림을 안겨줬다. 아름다운 현악 선율의 종교적 느낌은 신비롭고 평화로운 체험의 순간을 제공했다.

음악회의 마지막은 쳄린스키의 '인어공주'가 장식했다.



디즈니의 '판타지아'를 보는 듯 회화적인 느낌의 이 곡에서는 45분이라는 긴 연주시간에도 불구하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이나믹함이 돋보였다.

깊고 환상적인 바다와 그 곳을 유영하던 인어공주의 사랑에 대한 간절함과 불안함, 파도와 바람의 격정적인 움직임이 눈앞에 펼쳐지듯 세밀하게 묘사됐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휘자인 '제임스 저드'는 안정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강약을 조절하며 장대한 곡의 포인트를 잘 살려냈다.

하지만 조금 길고 귀에 익숙치 않은 곡이었던 탓일까? 악장 중간에 관객들의 박수가 몇번 터져 나온건 옥의 티.



이번 음악회는 거장을 예감하는 젊은 비르투오조(마틴 프뢰스트)와 낭만이 넘치는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을 만나볼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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