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메~' 연해주 서리 녹인 한국의 情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10.0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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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ㆍ시민들, 고려인 가정에 소, 트렉터 등 농업정착 지원

밥 열 술이 한 그릇 밥이 된다던가(十匙一飯).

한국의 어린 학생, 기업가, 시민들이 중고물품 바자와 기부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난 한가위에 연해주 저소득 가족들의 겨우살이를 마련해준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연은 지난 30일 이메일 한 통으로 한국에 전해졌다.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연해주 재이주를 돕고 있는 장민석 동북아평화연대 농업정착캠페인 본부장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연해주 농업이주 가족환영식' 소식을 알린 것이다.



이 이메일에서 장 본부장은 "지난 28일 먼 길 달려온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농업 자활을 돕기 위해 각종 물자 기증식을 열었다"고 전했다.

생계가 어려워 연해주와 우즈베키스탄에 흩어져 살던 이들 고려인 5가족은 지난 21일, 함께 모여살기 위해 9일 동안 열차를 타고 연해주로 이주했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오른쪽)이 연해주에 <br>
재이주한 고려인 가족을 돕기 위해 트랙터 2대와 <br>
쟁기 2개, 관리기 2대를 기증했다.ⓒ 동북아평화연대↑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오른쪽)이 연해주에
재이주한 고려인 가족을 돕기 위해 트랙터 2대와
쟁기 2개, 관리기 2대를 기증했다.ⓒ 동북아평화연대


이들이 농업으로 정착하게 돕기 위해 길훈건설은 '순야센 고향마을 농장'을 지어 기증했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은 가족과 함께 직접 방문해 트랙터ㆍ관리기 각각 2대와 쟁기 2개를 전했다.

아울러 라이온스 클럽 경북지부는 냉장트럭을, 서울고등학교 동문회는 젖소 6마리를, 부천 무한도전네트워크는 송아지 6마리를 기부했다.

특히, 송아지들의 사연이 감동적이다. 이 송아지들은 한국에서 도움을 받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연해주에서 저소득층 가정을 돕기 위해 중고물품 바자를 열어 마련했다.


지난 8월, 부천의 저소득층 청소년 17여명은 부천 무한도전네트워크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후원으로 연해주 고려인마을에 역사기행 차 방문했다.

아이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자기 집에서, 또 국내 시민들이 모아준 물건을 들고와 바자를 연 것. 여기서 모은 76만원이 송아지 6마리를 사는 종잣돈이 됐다.



나눔의 선순환은 연해주 안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장 본부장은 "(이번 기부로) 고향마을 농장에 입주한 3가구에 젖소와 송아지가 각 2마리씩 분양됐다"며 "이들은 3년 뒤 다른 어려운 고려인 농가에 젖소와 송아지를 2마리씩 분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6명 가족의 가장, 텐 알렉산드르씨(오른쪽)가 장민석<br>
동북아평화연대 농업정착캠페인 본부장(왼쪽)을 통해 <br>
젖소와 송아지를 전달받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6명 가족의 가장, 텐 알렉산드르씨(오른쪽)가 장민석
동북아평화연대 농업정착캠페인 본부장(왼쪽)을 통해
젖소와 송아지를 전달받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
그는 "받은 만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나눔의 릴레이"라며 "함께 하며 나누는 삶의 이어달리기에서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바통은 젖소 2마리와 송아지 2마리"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그는 "이주 후 첫 겨울이라 겨우살이를 채 준비하지 못한 고려인 가족이 10여가구에 이른다"며 "한 가정에 젖소 3마리가 분양되면 겨울을 날 기본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이자 융자 형식으로도 연해주에 소를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3일, 벌써 첫 서리가 내렸다는 연해주에 소 입김의 온기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은 동북아평화연대 농업정착캠페인본부(070-7017-7072)에서 자세한 기부법을 들을 수 있다.



한편, 올해는 연해주 고려인들이 1937년 소련 정부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지 70주년 되는 해다.

이에 동북아평화연대, 아름다운가게, 자연농업협회, 사회연대은행, 머니투데이 등 국내 시민단체와 기업들은 고려인 농업정착 지원사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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