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무너뜨린 원/달러환율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9.12 15:42
글자크기

FX스왑시장 개입으로 달러매도 개입효과 발생..왜?

원/달러환율이 이틀연속 하락하며 상승기조를 상실했다. 지난달 14∼16일 형성된 갭 하단(932.9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952원선이 이중 고점으로 자리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이 한국은행(BOK)이 FX스왑시장 개입에 나선 여파다. 때문에 주가에 좌우되던 환율이 주가하락을 무시하고 하락세를 일관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3.8원 떨어진 9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달러화는 936.0원에 하락출발한 뒤 936.5원을 일고점으로 삼고 전날에 이어 장중 내내 하락압력에 시달렸다. 전날 일중 저점을 기록했던 시간과 비슷한 2시53분 932.0원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BOK가 전날 1∼3개월물 'Sell&Buy(현물환을 매도하고 동시에 선물환을 매수하는 거래)로 FX스왑시장에 10억달러 이상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하락세로 방향을 굳힌 원/달러환율은 이날도 그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스왑거래가 현물환 방향에 중립적이라도 해도 달러 부족 사태에 직면한 은행들의 숨통을 터 줘 환율 상승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을 완화시켰고 선물환율 상승으로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메리트를 높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하락했지만 원/달러환율은 하락일변도 상황을 연출했다.

한 딜러는 "이번 BOK의 스왑시장 개입에 따라 아비트러지성으로 채권 투기매수에 나서던 외은권에게는 불이익, 선물환 매도단가가 높아지는 조선업체에게는 이익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시중은행들이 국부유출이라고 계속적인 로비를 펼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시장참가자들의 유불리가 생기는 일에 섣불리 관여한 것은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스왑 및 CRS 시장을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시장개입에 나선 이유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은의 개입 자체는 스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현물환 매도개입 효과를 낸 것이기 때문에 BOK가 사상처음 스왑시장 개입 D-데이를 잡은 날짜 선정에도 의구심이 증폭됐다.

한 딜러는 "원/달러환율 추세를 상승으로 확신한 당국이 주가하락에 따라 원/달러환율이 더 뜰 경우 불안감이 증폭될까봐 매도개입 차원에서 어제를 스왑시장 개입 시점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면서 "당국이 그동안은 환율이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했지만 이제는 환율이 뜰까봐 우려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으로써 앞으로는 수년간 봐왔던 달러 매수개입이 아니라 매도개입도 단행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한은이 스왑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선물환 개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현물환을 직접 건드릴 경우 외환보유액이 당장 변하기 때문에 스왑시장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선물환 개입의 발판을 마련한 뒤 실질적으로는 수시로 시장 개입을 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율 하락으로 3주간 이어지던 937∼942원의 박스권이 붕괴됐으며 지난 5∼6월 고점대(932.8∼935.2원)가 무너졌다.
이제 913원은 강력한 이중바닥이 됐고 952원도 강한 저항선으로 자리하게 됐다.
결국 고정환율과 다름없는 920∼940원의 박스권을 구축하자는 게 이번 스왑시장 개입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