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여의도에서 열린 김용덕 금감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과 증권관계기관장 및 증권·자산운용사 사장들과의 간담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증권선물거래소 기업공개(IPO)가 감독당국과의 마찰로 보류된데다 금감원이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힌 터라 경직된 분위기는 역력했다.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김용덕 금감위원장과 증권인과의 간담회에서 김용덕 금감위원장이(오른쪽 첫번째) 인사말을 하고 있다.ⓒ증권업협회 제공
황건호 증권업협회협회 회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로 '신르네상스'를 구축하고 있는 시기에 김 금감위원장을 만나뵙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이와 함께 "오늘 이자리가 자본시장 발전방향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교환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김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난후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칠레와인 '1865'로 건배제의를 했다. 이처럼 간담회는 부드럽게 시작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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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증권사들이 계열사에 안주해 위험부담을 회피하는 전략으로는 글로벌 투자은행(IB)로 도약 못 한다. 금융투자회사로 전력투구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증권사의 영업 방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 "증권사 신규설립을 허용하고 과거 사고방식 대로라면 다른 회사 사람 빼오고 몸값이 올라가게 된다"며 "앞으로 인력 수급계획을 앞으로 인가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석자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신용융자 규제를 업계가 보다 자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자율에 버금가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알아서 해 달라"며 선을 그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거래소 IPO 무산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영탁 이사장은 "거래소 IPO와 관련, 관련 회원사나 업계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줬는데 문제가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곧 치유돼 거래소가 IP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뜻밖의 제안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오늘 이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력서를 내면 모두 제2금융인으로 뜬다"며 "자본시장이 커가는 마당에 제2금융이라는 말은 은행의 하위, 종속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까 제2금융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어색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김 위원장에 첫인상에 대해서 증권인들은 우호적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한 사장은 “첫만남이었지만 김 금감위원장이 시장친화적인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명쾌하고 똑똑 부러지는 분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