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유동성… 한은 콜금리 또 올릴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8.0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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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상 가능성 높아져..당장 인상보단 추이 볼 듯

"유동성은 계속 늘어나는데 콜금리 인상은 쉽지 않고.."

시중유동성 증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유동성 조절을 책임진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콜금리 인상 외에 현실적인 유동성 조절 방안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당장 콜금리 인상 여건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때마침 상승일로에 있던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인한 신용경색 우려가 제기되는 등 경제의 불확실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 증가 고공행진=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6월 광의유동성 통계는 한달가량 시차를 둔 수치이긴 하지만 과잉유동성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광의유동성(L) 잔액(잠정)은 6월 중 34조9000억원(1.8%) 증가했는데 이는 한은이 지난 95년 1월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다.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도 12.7%로 지난 2003년 2월 12.9% 이래 4년4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이같은 급증세가 지난해 연말부터 누적되고 있다는 것. 지난해 11, 12월 각각 26조원, 26조1000억원 급증한 후 올해 1월 보합 수준을 보였지만 다시 2월 19조3000억원, 3월 17조1000억원, 4월 13조9000억원 증가로 꾸준한 증가세 보였다. 이어 5월에는 25조3000억원, 6월은 34조9000억원이 늘어나며 지난해 연말 급증세를 넘어서 버렸다.

전년 동월비 증가율로도 12.3%, 11.9%, 12.3%, 12.7%로 고공비행중이다. 최근 몇달세 급증세가 누적되면서 증가액이 한두달 주춤하더라도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형국이다.



◇대출경쟁에 주식시장 호황도 한몫= 유동성이 이처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금융기관들의 대출 경쟁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에 매달렸던 은행들은 주택대출이 막히자 올들어서는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6월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총 37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 21조6000억원에 비해 74% 급증한 것이고, 2005년 상반기 6조5000억원 증가에 비해 6배 수준의 증가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경기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것도 시중 유동성을 급증시킨 요인으로 풀이된다. 예금 등 다른 금융상품에 들어 있던 자금으로 주식관련 투자를 할 경우에는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되지는 않지만 신용대출 등을 받아 투자에 나설 경우 유동성 증가의 요인이 된다.

◇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접근은 신중하게=과잉유동성은 통화정책을 관할하는 한은의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다. 과잉유동성이 지속되면 자산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실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물가 상승과 거품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한은도 최근의 과잉유동성에 대해서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콜금리 인상도 이같은 과잉유동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동성 수준을 감안할 때 하반기 추가적인 콜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부담도 적지 않다. 증시가 막 조정을 받고 있어 금리 인상까지 단행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의 파장도 예단키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신용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2개월 연속 콜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용경색 문제와 과잉유동성 추이 등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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