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적자기업 노조 맞나"

이진우·기성훈 기자 2007.07.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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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투표 반대 53%...다음달 초 재교섭 불가피

기아자동차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임금협상안이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끝내 부결됐다. 노사양측은 이에 따라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초부터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공교롭게도 기아차는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올 상반기에 3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들어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4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부진한 실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적자기업이 '퍼주기' 논란을 무릅쓰고 임금인상과 함께 성과급까지 지급하기로 했는데도, 노조원들이 '내 몫 찾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기아차 (102,900원 ▼2,700 -2.56%)에 따르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1만4892명(53.47%), 찬성 1만2842명(46.11%)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는 앞서 지난 24일 △임금 7만5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2%) △생계비 부족분 150% △품질목표 달성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으나,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재협상을 통해 다시 합의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적자를 기록 중인 경영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흑자를 낸 GM대우나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과 비교해 임금인상 폭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고통분담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좇으면 회사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기아차는 잠정 합의안 기준으만 임금을 올려도 약 24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편 기아차는 이날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가진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올 상반기에 매출 7조9870억원, 영업손실 367억원, 당기순이익 308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동기(8조8460억원)에 비해 9.7% 감소했으며, 영업실적은 가동률 하락과 판매부진, 환율문제 등의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17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2분기 들어서는 1분기에 비해 판매와 매출이 늘어나면서 4분기 연속적자에서 벗어나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신차를 투입하고, 올해 1조8000억원의 원가를 줄이는 등 비용절감 위주의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어 "하루빨리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노사관계를 안정화시켜 하반기에는 실적개선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으나, IR이 끝난 직후 노조에서 보내온 대답은 '임금협상안 거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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