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한미FTA 반대성명…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06.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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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을 하루 앞둔 30일 새벽 한미FTA 반대 성명이 미국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미 의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반대 선언이다. 산술적으로 민주당이 반대하면 한미FTA의 의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향후 비준 동의 절차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물론 민주당의 반대 의사 표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명식을 하루 앞두고 강한 반대 성명을 '지도부'가 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잖다.



특히 최종 타결을 앞두고 이뤄진 추가 협상이 사실상 미 민주당 달래기용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당초 추가 협상 의지가 없었던 우리측이 나선 것도 미 행정부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한편 이를 매개로 비자 쿼터 등 실익을 취하겠다는 의도였다.



미 행정부 스스로도 이번 추가 협상을 놓고 "미 행정부는 이번 추가협의 제안에 대해 미 의회의 정치지형 변경으로 조치"라고 설명한 뒤 서명에 임박해 제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을 정도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주로 다뤄진 사안은 노동과 환경. 미국측의 요구를 한국이 대체로 수용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한미 양측은 이 정도면 양국 의회를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측은 개성공단이나 자동차 문제 등에 대한 재협상 요구를 차단하면서 비자 면제 검토라는 '떡고물'을 챙겼고 미 행정부도 민주당의 신통상정책을 대부분 반영했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이 "추가협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양국 의회의 비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른 당국자도 "추가 협상은 미 의회에 갈 때 미 행정부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미 민주당이 한미 FTA 전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성명 내용을 보면 "현재 협상된 대로는"이란 전제로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서명 이후 자동차 등 민감 부분에 대한 재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란 분석이 나온다. 일단 미 민주당이 요구했던 것중 일부가 수용된 만큼 의회의 힘을 내세워 한번더 몰아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 제스처란 해석도 있다. 한미FTA 협상에 대해 불만 입장을 피력해온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지지 입장을 표면하기 보다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면서 의회는 물론 국정 전반의 주도권을 잡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

당혹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예견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의회 비준의 경우 한국보다 미국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사실 우세했다"고 했다.



한덕수 총리도 비준 동의안 처리와 관련 "한국은 정기 국회 초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판단이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정부는 우리나라 국회의 비준 동의안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미 의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 추진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와관련 "필요하면 우리도 미국을 방문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 이해를 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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