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신일이 지난해말 현재 건설사업과 관련해 타사에 제공한 연대보증 등 PF우발채무 규모는 모두 97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사 등 보증을 제공받은 업체 수도 세계건설㈜ 등 21개사에 달한다.
신일은 지난해 보유 현금이 대폭 줄어들고 공사미수금이 급증하는 등 단기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PF우발채무를 제외하면 겉으로 나타난 재무구조는 매우 우량한 편이었다. 단기차입금이 590억원 정도일 뿐 장기차입금이나 회사채는 전혀 없고 부채규모도 1440억원(부채비율 147%)로 크지 않았다.
장부상으로는 경영실적이나 재무구조가 양호했던 신일이 최종부도 위기에 까지 몰리게 된 것은 지방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건설PF위주로 진행하던 사업장의 공사지연이나 분양부진 등으로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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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이 맡아 진행하던 아파트공사는 주택공사 발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구에 몰려있다. 그 외 인천과 동탄에 일부 공사가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구지역의 경우 아파트가 과잉공급되면서 분양률이 떨어지는 등 사업환경이 악화돼 왔다"며 "대구쪽에서 크게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신일이 최종부도처리 될 경우 막대한 PF우발채무 규모로 인해 금융기관의 피해도 예상외로 클 것으로 우려된다. 분양여건이 좋지 않은 대구지역 사업장이 많아 시공대행사를 찾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고 이로 인한 공사지연 등으로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자금사정 악화로 부도위기에 몰렸기 때문에 시행사와 시공사를 모두 다 교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공사가 많을수록 금융기관들이 제공한 PF대출의 채무조정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시공사를 찾을 때까지 공사가 중단되고, 그로 인해 분양대금 납입도 제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가 상당히 지연되고 공사일정을 모두 다시 짜야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PF대출로 인한 피해는 은행이 가장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일이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가 아니기 때문에 PF대출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은 전혀 없어 회사채 시장의 피해는 거의 없을 전망. 대부분 PF우발채무가 대출 형태로 돼 있고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은행들의 노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예상이다.
은행 외에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증권사 등 그동안 주택건설업체들에게 PF대출을 해줬던 금융기관들도 상당 수 연루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PF우발채무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다면 동일인여신한도 등을 감안할 경우 저축은행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