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신탁, 해지 않고 수익률 높이는 법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7.01.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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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펀드로 계약이전 활용… 채권형은 신탁과 차별화 안돼

입사 초기 K은행의 연금신탁에 가입한 나행복 대리는 며칠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연금신탁 수익률을 보고 힘이 빠졌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는 하지만 연수익률이 2%대에 불과했던 것. 그렇다고 장기투자를 각오하고 가입한 상품을 해지하는 것은 꺼려진다. 나 대리에게 연금신탁 해지 이외의 대안은 없을까.

◆ 연금저축 중도 해지는 'NO'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함께 노후자금 준비의 3대 축인 연금저축은 보험사의 연금보험, 은행의 연금신탁, 증권사의 연금펀드로 나뉜다.

연금신탁은 은행의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안정형과 채권형을 나뉜다. 채권형은 채권 및 채권관련 파생상품과 대출에 100% 투자한다. 안정형은 10% 이내를 주식에 투자한다. 기본적으로 채권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에 리스크는 적다. 그러나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다.



연금보험은 노후자금 준비와 함께 보장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품이다. 보험료 중 보장 설계를 위한 보험료와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가 연금 목적으로 투자된다.

연금펀드는 일반 펀드처럼 채권형, 혼합형, 주식형 등으로 나눠진다. 연금신탁과 같은 실적배당형 연금저축 상품이다. 그러나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신 리스크도 높아진다.

이 세 연금저축은 모두 분기별 3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나중에 연금을 지급받을 때 총 수익금(이자)과 총 소득공제액에 대해서만 5.5%의 연금소득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5년 이내에 중도해지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또 수익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소득공제 받은 금액의 2%를 해지가산세로 내야 한다.

◆ 연금저축 간 계약이전은 해지수수료 없어



나 대리처럼 연금신탁 가입자들이 고민하는 이유는 최근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연금신탁 중에는 지난 3년 누적수익률이 채 10%가 되지 않는 상품도 적지 않다.

반면 연금펀드는 주식형 상품과 주식 비중이 높은 혼합형의 경우 2005년 주가가 급등하면서 누적 수익률이 양호하다. 일례로 '미래에셋연금혼합투자신탁1호'(2003년 1월 설정)는 설정 후 45.5%(17일 현재)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기대 수익률은 높이고 싶다면 연금펀드로 계약을 이전하면 된다. 연금저축은 세제상 불이익 없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전할 수 있다. 별도의 이전 수수료도 없다. 증권사에 연금펀드 계좌를 개설한 후 기존 연금신탁에 가입한 은행을 찾아가 해당 증권사로 연금신탁을 이전시켜 달라는 계약이전 신청서만 작성하면 된다.



연금 가입기간이나 납입기록, 연말정산 등 관련 기록도 함께 이전된다. 반대로 증권사 연금펀드 가입자도 연금신탁이나 연금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금신탁 간, 혹은 연금펀드 간에도 이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채권형 연금펀드에 가입했는데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식형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연금펀드에서 다른 연금펀드로 전환할 때도 별도의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 보수적 투자는 연금신탁, 공격적 투자는 연금펀드



하지만 연금펀드로 전환하면 무조건 연금신탁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연금펀드 중에서도 일부 채권형은 연금신탁보다 수익률이 낮은 경우도 있다. 채권편입 비율이 높은 연금펀드는 연금신탁과 투자성향이 차별화되지 않는 탓이다. 또 주식비중이 높은 연금펀드는 일반 적립식 주식형 펀드처럼 수익률이 편차가 크다.

따라서 채권을 선호하는 안정지향적 투자자라면 연금신탁 내에서도 은행별 수익률 차이가 있으므로 채권형 연금펀드로 변경하기보다는 다른 신탁상품을 살펴보는 게 나을 수 있다.

반면 장기자금인 만큼 공격적으로 굴리고 싶은 가입자라면 혼합형이나 주식형 연금펀드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비용 면에서도 혼합형 연금펀드의 수수료는 약 1.5%로 연금신탁 보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주식형 연금펀드는 약 2.5%이다.



연금펀드는 연금신탁이나 연금보험에 비해 판매채널이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식형 연금펀드가 늘고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편입 비율이 자동 조절되는 라이프사이클펀드 등이 출시되면서 연금펀드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추세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금은 20-30년간 굴릴 장기상품이므로 주식편입비율이 높아 수익률 변동이 심해도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연금저축 중 특정 형태의 상품이 절대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연금펀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민 연구원은 또 "연금펀드를 중심축으로 하되 자금여력이 늘면 생애주기에 맞게 펀드와 보험을 조합해 노후자금도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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