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 인생 3막 (1)

김영권 정보과학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2006.10.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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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대신 행복을 위해 삶을 리모델링하자

"나이를 되돌린다면 몇살이고 싶습니까?"
 
[웰빙에세이] 인생 3막 (1)


50대 아줌마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더니 가장 많은 답이 '50대'였다고 한다. 상당히 의외인데 이유를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10대는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가 끔찍하고, 20대는 불확실한 청춘과 미래가 부담스럽다. 30대는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고, 40대는 별 재미도 없이 쪼들린다.



그런데 50대에 들어서니 애들이 클만큼 커서 마음이 놓이고, 경제적으로도 살 만 한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몸도 아직 쓸만 하다. 그러니 이제부터 인생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 보니 나도 이상하게 50대가 끌린다. 50대 아줌마들의 말처럼 우선 10대는 '입시 지옥'이 싫다. 20대는 좋기도 한데 다시 군대가고, 직장 잡을 생각을 하니 역시 아니다. 30대와 40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50대는 비전이 있다.

'늙수그레한 50대에 비전이 있다니….' 그게 무슨 시덥지 않은 얘기냐며 핀잔을 주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 놓은 것 없이 인생의 황혼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무슨 비전이 있을까? '사오정'을 무사히 넘겼더니 '오륙도'라 해서 눈총을 받는데 무슨 낙이 있을까?

정년까지 버티려면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해야 하고, 호기를 부려 사표를 내면 졸지에 대책없는 실업자로 전락하는데 무슨 신명이 날까? 벌이도 없고, 마땅히 할 일도 없으면 무슨 자존심으로 버틸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50대는 정말 우울하다.
 
그러나 인생을 25년 단위로 준비기, 전반생, 후반생으로 3등분하고 쉰 살부터 열리는 후반생에는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를 구속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자제하면서 전반생을 살아왔다면 후반생은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콜럼부스의 뛰는 가슴으로, 성을 쌓지 않는 징기스칸의 도전정신으로, 늘 흐르는 물로, 머물지 않는 바람으로, 한없이 너그럽고, 한없이 따스하게 살아보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다음은 '인생 3막'을 맞는 그의 구상이다.


"후반생 25년동안 1년을 일생처럼 하나씩 집중해서 꿈을 실천한다. 25년동안 스물다섯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면 한 사람의 수명을 80년으로 잡고 '25×80〓2000년'의 삶을 응축해서 살 수 있다. 후반생에 육신은 25년을 살지만 정신은 2000년을 살아 볼 것이다. 혹시 반이라도 실천하면 천년이라도 살지 않겠는가. 진시황이 구하고자 하였던 천년초를 나는 구했다!" < 김성준, '인생은 50부터'중에서>

이 분의 이력을 보니 서울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행시와 사시를 동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검사 생활을 오래 하다 지금은 모 로펌의 대표 변호사다. 뛰어난 수재에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재력도 갖췄으니 50부터 인생을 즐기겠다면 그것도 가능하겠다 싶다.



사실 쉰을 맞는 분이 천년을 살겠다니 대단하지 않는가. 나는 이 분처럼 살 자신이 없다. 또한 그것은 과욕일 수 있다. 한자락 여백도 없이 빽빽하게 삶을 채우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분처럼 인생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이다. 삶을 리모델링하려는 자세다. 성공 대신 행복을 위해 일상에 찌든 낡은 생각과 습관을 버리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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