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인간+기계' 최후의 공조 시스템

아이치현(일본)=박준식 기자 2006.10.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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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계대전] <토요타 2회-5> '카이젠'의 현장 츠츠미 생산라인 르포

[자동차 세계대전] <토요타 2회-5>
'카이젠'의 현장 츠츠미 생산라인 르포


토요타, '인간+기계' 최후의 공조 시스템


'토요타식 생산방법'을 의미하는 단어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 TPS 경영은 제조업 현장이 가야하는 최종 목적지로 평가된다. TPS의 핵심요소는 줄줄 외울 정도였지만 실제 생산현장을 보지 못해 내용이 피상적으로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다.

▲토요타 회관▲토요타 회관
토요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구상하고 있다. 국내에는 수십개의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토요타의 생산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수십, 수백권의 책이 토요타의 '카이젠(改善)'을 외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토요타 공장을 찾는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어느새 토요타는 마음속에 타도대상으로 자리잡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접 방문한 토요타의 생산 현장은 놀라웠다. 츠츠미 공장 차체용접(body welding) 라인의 자동화율은 93%. 기계들이 놀라운 스피드로 차체를 구성해 내면 숙련된 작업자들이 꼼꼼하게 작업을 마무리한다. 1000여개의 로봇과 인간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 '모노츠구리(좋은 물건 만들기)'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반세기, 아니 전국시대 이후 500년을 이어온 장인정신의 결정체를 확인하면서 만감이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라인에서 7개차종 생산



일본 내 토요타 생산기지는 총 15개. 이 중 12개가 토요타시 인근에 밀집해 있다. 재고관리 철학인 'JIT(JUST IN TIME : 적기공급)'를 위해 부품업체들과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 중 지난 1970년 4번째로 만들어진 조립·생산공장이 츠츠미 공장이다. 34만평 규모에 직원 6500명이 2교대로 근무를 한다. 아침 6시가 되면 문을 열고 새벽 1시까지 차를 만들어 낸다. 압형(Stamping)과 용접(Welding), 도색(Painting), 조립(Assembly) 등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차를 만들기 위한 강재가 공급되면 20시간만에 '하이브리드 프리우스'가 탄생한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무려 7가지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보통 국내에서는 라인에 따라 생산되는 모델이 다르다. 로봇은 프로그램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경우 한 라인에 각기 다른 모델이 들어오면 작업순서를 혼동하기 쉽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의 명분으로 삼는 이유 중 하나인 '전환배치'도 이와 관련이 있다. 소나타를 만들던 노동자가 신형 아반떼를 만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영측면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작업을 거부하고 한가지 모델에만 집중하겠다는 논리는 기능적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토요타가 한 라인에서 7가지 모델을 생산하며 대량생산과 함께 다품종 생산을 해내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츠츠미 공장은 프리우스와 캠리, 프리모(코로나), 에리온, 칼디나, 싸이온tC, 위시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었다. 생산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이 프리우스였다. 연비가 휘발유 1리터 당 30km를 넘는 인기 모델.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에 이어 젊은 층을 겨냥한 새 브랜드 싸이온 tC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기계를 지배하는 인간..자동화도 사람이 주도

기요하라(가명·42) 씨는 차량마다 정확히 1분40초에서 5초 내의 오차범위를 두고 마지막 검사작업을 하고 있었다. 많은 생산현장을 경험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한동안 시선을 빼앗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민첩하고 능숙했다. 힘이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끊임없이 그에게 차를 맡겼지만 서두르거나 허둥대지 않았다.

▲토요타의 생산라인은 원재료 상태의 부품들을 20시간만에 가장 높은 품질의 자동차로 탄생시키는 마법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은 거의 완성된 프리우스를 작업자가 검사하는 모습.▲토요타의 생산라인은 원재료 상태의 부품들을 20시간만에 가장 높은 품질의 자동차로 탄생시키는 마법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은 거의 완성된 프리우스를 작업자가 검사하는 모습.


새 차가 가까이 오면 그는 재빨리 자신이 담당하는 차량 좌측부를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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