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거짓말 범죄' 국가 '오명' 벗으려면…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5.12.0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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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한국의 경찰·검찰·법원은 '거짓말 경연장'이 된 지 오래됐어요"

5일 한 재경지검의 A 차장검사가 한 말입니다. 애먼 사람을 허위로 신고·고소·고발(무고)하거나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 허위 증언(위증)을 하는 등 '거짓말 범죄'가 수두룩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A 검사의 개인적인 의견을 넘어 사법당국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단위 인구당 '거짓말 범죄' 발생 건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무고의 경우 한 해 약 4300건(2000~2014년 평균)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가령 일본과 비교하면 500배 이상입니다.



건수가 많다 보니 기상천외한 사례도 넘쳐납니다. 최근에는 수십억원을 투자한 뒤 모두 날리게 되자 사기 혐의로 투자처 관계자를 고소한 왕년의 농구 스타, "빨리 가자"는 손님의 말에 화가 나 협박과 폭행을 해놓고 되레 "손님에게 폭행당했다"고 신고한 택시기사 등이 무고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거짓말 범죄는 사법 질서를 혼란케 합니다. 무엇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불려다니느라 돈과 시간을 허비하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양산합니다. 사법당국 입장에서는 수사력이 낭비되고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결국 사회적 비용이 증가해 모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됩니다.



왜 한국에 유독 '거짓말 범죄'가 만연할까요.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일각에선 거짓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사회 풍토에 화살을 돌립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을 감싸는 등 나름의 선한 의도에서 비롯되는 거짓말은 사회통념상 큰 비난을 받지 않곤 합니다. 법정의 경우 증인으로서 친한 사람에게 불리하면 '기억이 안 난다'고 회피하거나 거짓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짓말을 무거운 죄로 여기는 청교도 문화(서양)나 사무라이 문화(일본)에 비해 거짓말에 관대한 한국 문화의 단면입니다.

이에 따라 만연한 '거짓말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단속을 강화하고 양형기준을 높이며 무거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신고나 재판에서뿐만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의 거짓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허위진술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꾸준히 나옵니다. 물론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를 먼저 고려해야겠지요.

다만 각종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는 '처벌 강화'보다는 거짓말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일 것입니다. 잡초를 뽑겠다면서 잎사귀만 뜯으면 효과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파리를 뜯으면 당장 잡초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내 다시 무성하게 자라기 마련입니다.


사회 각계각층 남녀노소 모두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대표적인 거짓말 전문가들이 있지요.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텅 빈 '공약(空約)'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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