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ㅣ 미친 속도감으로 오감 마비시킬 148분

머니투데이 김현수(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5.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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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된 스펙터클과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액션대작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퓨리오사가 돌아왔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40년 넘게 시리즈를 이어 온 조지 밀러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는 전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주인공이었던 퓨리오사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 성격의 속편이다.

2015년에 개봉해 390만 관객을 동원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문명이 몰락하고 사막화된 황무지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스 액션이 화제였다. 거대한 주유 트럭과 추격전을 벌이는 기괴한 형상의 자동차들, 온 몸에 새하얀 분칠을 하고 내연기관의 마지막 수호자라도 되는 것처럼 온몸을 내던지던 워보이들의 충격적인 액션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도 반드시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 할 것이다.



영화의 첫인상은 전편보다 규모가 커졌다는 것. 훨씬 다채로운 카체이스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몇몇 액션 장면에서는 헛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과장된 액션으로 가득하다. 실감나는 액션을 추구했다기보다는 스펙터클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는 인상이다. 바퀴에 깔려 종잇장처럼 구겨져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다. 사실 '매드맥스' 시리즈는 조지 밀러 감독이 오랫동안 사실적인 액션 구현에 공들였던 작품인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변화를 꾀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야기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전 시점으로 돌아간다. 전편에 등장했던 시타델이란 사막 도시의 지배자 임모탄의 부하로 등장했던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명이 파괴된 이후에 소수의 사람들만 모여 사는 ‘녹색의 땅’에서 살던 어린 소녀 퓨리오사는 어느 날 자신이 살던 숲 근처에 침입해온 바이커 군단 무리에게 납치를 당한다. 먹을 것이 늘 부족하고 사방이 사막으로 막혀버린 황무지에서 살아가던 바이커 군단은 영양 상태가 좋은 퓨리오사를 보고는 녹색의 땅을 칩입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어린 퓨리오사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쫓아온 엄마가 기지를 발휘해 녹색의 땅의 위치를 발각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이커 군단의 리더 디멘투스가 퓨리오사가 보는 앞에서 엄마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그 때부터 복수심에 불타오른 퓨리오사는 디멘투스 일당에게 끌려 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디멘투스 일당은 바이크를 몰고 다니면서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던 사람들을 약탈하며 사는 일종의 이동 폭력조직 같은 집단인데 이들이 어느 날 시타델을 쳐들어가게 된다. 전편에 등장했던 시타델은 가파른 절벽 지대를 중심으로 임모탄을 숭배하는 워보이들과 하층민들로 이뤄진 집단인데 이 시타델의 워보이들과 디멘투스가 이끄는 바이커 군단이 시비가 붙어 전투를 벌이게 된다. 두 집단이 싸움을 멈추고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임모탄은 퓨리오사의 당당한 기개에 반해 디멘투스로부터 퓨리오사를 뺏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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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생이별을 한 퓨리오사가 디멘투스를 거쳐 임모탄의 손아귀까지 흘러 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초반에 보여준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는 디멘투스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퓨리오사의 성인 시절에 집중한다. 조지 밀러 감독은 전편과 이번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3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영화는 15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가 시타델의 밑바닥부터 임모탄의 측근인 사령관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서 디멘투스와 임모탄 사이의 아귀 다툼 속에서 어떻게 한 쪽 팔을 잃게 되는지,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주던 조력자 잭을 어떻게 잃게 되는지 등의 지난한 고통의 여정을 놀라운 카체이스 액션과 함께 보여준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1979년부터 1985년까지 만들어진 오리지널 '매드맥스' 3부작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만 직접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질 뿐, 이전의 3부작과는 세계관을 느슨하게 공유할 따름이다. 멜 깁슨이 연기했던 오리지널 3부작의 맥스가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과거의 사연, 특히 복수심에 불타는 캐릭터였다면 이번 영화에서 맥스의 캐릭터를 계승하는 건 다름아닌 퓨리오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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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했던 퓨리오사를 이어받은 배우는 안야 테일러 조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 그녀가 연기한 모습을 보고는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전의 어떤 영화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터프한 액션을 소화했다. 이번 영화로 연기 변신을 꾀하는 배우는 또 있다. 바로 크리스 헴스워스다. 마블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어벤져스 멤버인 토르를 연기했던 크리스 헴스워스가 악역을 연기한다니 꽤 신선하다. 그가 연기하는 바이커 군단의 폭군 디멘투스는 옷에 장식으로 곰인형을 달고 다니는 광기를 보여준다. 망해버린 황무지에서 탐욕스러운 폭군의 끝을 보여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남성 중심적인 장르의 공간에서 오히려 여전사의 캐릭터가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낳았던 작품이다. 여성들은 그저 남자아이를 생산하는 기계적인 존재로만 기능하던 가상의 세계에서 피어난 생명의 씨앗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퓨리오사의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빛을 발한다. 다음 영화도 충분히 기다려진다. 22일 개봉. 14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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